초강력 폭발로 발생하는 전자기 펄스를 의미하는데, 통신 장비와 전산망, 교통수단의 전면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 EMP의 위력은 핵실험의 파급 효과로 밝혀졌다. 미국이 1962년 7월 태평양 존스턴섬 상공 400㎞에서 핵실험을 했을 때 1400㎞ 떨어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신호등 오작동, 통신망 두절, 전력망 차단 등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과학자들은 3년이 지나고서야 원인을 파악했다. 핵실험 때 나온 전자기파가 하와이에까지 영향을 미쳐 전기·전자 장비를 무력화한 것이다.
북한은 2017년 남한 상공에서 핵 EMP탄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핵실험 규모와 비슷한 100킬로톤 한 방이면 한국의 모든 전자통신망이 무용지물로 변한다. 150㎞ 이상 상공에서 터지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도 막을 수 없다. 국내에서 EMP 안전지대는 합동참모본부와 전시 지휘본부가 될 ‘B-1 문서고’ 등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개발 뉴스로 EMP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주에서 핵 EMP 무기를 사용한다면 전 세계에서 쏘아 올린 위성이 무력화된다. 이럴 경우 위성에 기반한 통신망과 항공·선박·도로 교통망이 마비돼 세계는 삽시간에 석기시대로 돌아간다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러시아 우주 EMP 개발 소식에 미국이 긴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핵무기 지휘·통제 시스템이 바로 위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주 군사 경쟁에서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검사 위성으로 위장한 공격 위성을 2026년부터 보유할 것이란 추정이 미국 내 싱크탱크에서 나오고 있다. 핵전쟁 위협이 우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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