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심을 갖는 게 발성과 목소리에요. 제 알고리즘에 보컬을 알려주는 게 많이 뜨더라고요. 3분의 곡 안에서 계속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기보다는 목소리를 뒤집어보기도 하고, 랩처럼 질러도 보고, 말하는 것처럼도 해보고 싶어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는 마마무 문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배움과 도전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실력파 보컬 그룹'이라는 말과 함께 숱한 히트곡을 내놨던 마마무 안에서 유일한 래퍼였던 문별. 그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보컬리스트 3명 사이에서 살아남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난 왜 보컬이 아닐까?'
마마무로 활동하며 그를 가장 괴롭혔던 질문이었다고 했다. "랩을 하기 싫어하는 래퍼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솔로로 데뷔한 지 7년 차, 첫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현재 그는 "생각해보면 최고의 선생님들이 옆에 있었던 거다. 과거엔 보컬 그룹이라는 무게가 무거웠다면 이제는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그 경험치가 나한테 너무 좋은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문별이 솔로 가수로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채롭고 또 신선하다. 랩에 노래는 물론 퍼포먼스까지 소화하는 고유의 정체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문별은 "랩하고 노래하고 춤도 추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여자 솔로 가수로서 차별점이 더 강하게 보일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20일 오후 6시에는 첫 정규앨범 '스탈릿 오브 뮤즈(Starlit of Muse)'를 발매한다. 신보는 문별이 '21세기 뮤즈'로서 자신 있게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앨범의 키워드 '뮤즈'는 '영감을 주는 존재나 힘'을 뜻하며 뮤즈 그 자체인 문별을 나타낸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각 분야의 아홉 여신인 '뮤즈'를 문별 안의 다채로운 모습으로 투영해 곧 하나의 문별로 완성했다.
문별은 "정규앨범을 발표한다는 자체가 가수로서 의미가 크다. 내 정체성을 조금 더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야 좋은 음악이 되지 않느냐"며 미소 지었다.
왜 굳이 곡이 많이 수록되는 정규 형식을 택한 것일까. 문별은 "그동안 미니앨범도 내고, 계속 내 음악을 들려드렸다. 이번에 10주년이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의미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12곡을 꽉 채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에서 '꼭 정규를 내야겠니? 너 괜찮겠니?'라고 하더라. 부담감이 있었지만 '해내고 말겠다'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 요즘 12곡을 다 채운 정규앨범이 잘 나오지 않는 추세이지만 인간 문별로서는 이게 큰 재산이자 나만의 보물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처음으로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웠다. 첫 번째 타이틀곡 '띵커바웃(Think About)'은 리드미컬한 템포와 어쿠스틱 사운드, 여기에 더해진 문별의 쿨한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다. 계속 생각나고, 어디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중독적인 멜로디와 가사에 그려냈다.
문별은 "원래 시작부터 투 타이틀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며 "김도훈 대표님한테 곡 하나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듣자마자 '타이틀이다'라고 생각한 게 '띵커바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터친 앤 무빈(TOUCHIN&MOVIN)'은 펑키한 기타와 브라스의 과감한 터치만으로도 문별은 당신의 마음을 '터친'하고 '무빈'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곡이다. 여러 장르가 한 곡에 어우러져 매 순간 버라이어티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파워풀하고 세련된 퍼포먼스도 포인트다.
문별은 "'터친 앤 무빈'을 들으니 '띵커바웃'과는 상반된 두 가지의 모습을 대중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 과정이 두 배라 힘들긴 했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매 앨범 높은 참여도를 자신한 문별이었다. 이번에도 "음악에는 100%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곡에 있어서는 제2의 프로듀서처럼 작곡가들을 다 찾아가서 '이런 곡 써달라', '이런 장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기획 단계에서도 참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수록곡 '라이크 어 풀(Like a Fool)', '그런 밤' 작사·작곡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눈에 띄는 건 다양한 음악 장르다. 타이틀곡 외에 밴드 곡, 발라드, 첫 영어 곡 등이 담겼다.
문별은 "타이틀곡은 새롭게 해보는 펑키한 장르라 어려웠지만 재밌게 할 수 있었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밴드 음악이었다. '메모리즈(Memories)'라는 청량한 밴드 곡이 수록됐는데 이 곡을 제일 좋아한다. 제일 추천해 드리는 곡이기도 하다. 실제 악기 소리를 담고 싶어서 원위 친구들에게 악기 피처링을 요청했고,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해서 재밌게 작업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말 어려운 건 발라드였다"면서 "정통 발라드가 하나 있다. 목소리, 보컬만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정교한 작업이었다. 내 감성을 담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해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놀토(NOLTO)'라는 곡도 있다. 문별은 "한해 오빠는 나의 랩 선생님"이라면서 "랩을 한창 싫어하고 반항기가 가득했을 때 '랩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며 잡아주고 알려준 게 오빠다. 이번에 '놀토'라는 곡을 쓰면서 제일 먼저 오빠가 떠올랐다. 연락해서 '쿠폰 하나 쓰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우리 회사로 와서 녹음을 끝내줬다. 내 정체성에 도움을 준 스승님과 하는 곡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며 웃었다.
tvN '놀라운 토요일' 출연 계획이 있냐는 질문엔 "불러주신다면 나가고 싶다"면서 "한해 오빠 파트에 태연 언니가 등장한다. '놀토' 나갔을 때 되게 좋은 기억이 있는데 오빠가 그걸 가사에 잘 녹여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별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2022년 1월 미니 3집 '시퀀스(6equence)'의 타이틀곡 '루나틱'으로 활동할 때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당시를 "솔로로 나오면서 제일 행복했던 때"라고 추억했다.
이유를 묻자 "'루나틱'을 준비하면서 음악 프로듀서님이 생겼다.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특히 팬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2022년도다. 그때를 잊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당시에도 인터뷰를 진행했던 문별은 '시퀀스' 앨범의 만족도를 "100%"라고 말했던 바다. 이번에는 어떠냐고 묻자 "그때는 해맑고 신난 마음이 고조된 100%였다면, 지금은 성숙해진 100%인 것 같다. 김장김치를 처음 담갔을 때 뿌듯함의 100%가 '루나틱'이라면, 이제는 김장김치를 담고 '정말 잘 익었다'는 의미가 담긴 100%의 만족감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는 "'루나틱' 활동 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떤 장르를 잘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확고함이 컸다. 장르마다 확고했기 때문에 더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다. 이제 고민을 덜 하게 됐다. '내가 잘하는 게 이거잖아!'라는 식으로 익숙해지고 쉬워졌다"고 강조했다.
10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문별은 "도전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마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두려움을 하나씩 깨고 있다고 했다. 그 시작이 '루나틱' 활동이었고, 이후 보컬 경연 프로그램 '두 번째 세계'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틀이 깨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랩을 잘한다'고 칭찬받는 것에는 욕심이 크지 않았어요. '욕만 먹지 말자'는 주의였죠. 그런데 지금은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문별이 노래도 잘했어?' 이런 얘기요. 아 그보다는 음악에 지루함이 없다는 말이 더 좋아요!"
"목표요? 큰 목표는 문별의 음악성을 인정받는 거예요. 저를 틀에 가둬두고 싶지 않다는 게 목표가 된 것 같아요. 이번 앨범과 타이틀곡이 사랑받는다면 큰 선물이 될 것 같아요. 꼭 사랑받을 겁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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