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의사 10년새 연봉 2억 뛸 때…소아과는 되레 2천만원 줄어

입력 2024-02-19 18:25   수정 2024-02-27 16:30



매년 전공의 모집 때마다 의사들이 몰리는 개원가 인기과(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의 의사 평균 연봉은 3억8579만원(2020년 기준)이다. 환자 목숨을 살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의 평균 2억3396만원보다 1.6배 높다. 필수의료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의사면허를 따고 3~4년 수련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왔지만 몸값을 높이려면 전공과는 상관없는 환자를 봐야 한다. 생명을 살리다 사표를 던지고 피부미용 시장에 가겠다고 선언한 전공의들의 호소도 ‘고되고 힘든 필수의료 분야의 상실감을 해소해달라’는 것이었다.

해결해야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필수과 의사 소득을 인기과만큼 높이는 게 불가능해서다. 대한민국 의사 평균 연봉은 2억3070만원. 변호사(1억1580만원) 회계사(9830만원)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개원가 전문의 연봉은 임금 근로자 평균의 6.8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격차가 가장 크다. 이런 의사 연봉을 올려주려 건강보험료와 세금을 더 내겠다고 답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정부가 ‘필수의료 4대 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의료개혁의 핵심으로 정한 배경이다. 반면 19일 집단행동을 시작한 후 의사들이 내놓은 해법은 ‘의대 증원 반대’뿐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연봉 유일하게 감소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1억530만원이던 개원가 일반의(GP) 연봉은 2020년 1억9556만원으로 10년 새 1.9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연봉은 1억2995만원에서 1억875만원으로 16% 줄었다. 소아청소년과는 10년 새 연봉이 감소한 유일한 진료과다. 의대 6년 과정을 졸업한 뒤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을 거쳐 전문의 면허를 따도 의대만 졸업한 GP보다 적게 번다는 의미다.

시력 교정수술과 백내장 수술로 환자가 몰리는 안과, 관절 수술로 돈을 버는 정형외과는 같은 기간 의사 연봉이 두 배로 늘었다. 도수치료와 비수술 척추치료 등으로 돈벌이가 쏠쏠한 재활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도 이 기간 의사 연봉이 각각 2.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의협도 처음엔 “정책 방향 공감”
의료계는 이런 격차 해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생각도 같다. 의대 정원 확대안 발표에 앞서 지난 1일 ‘필수의료 4대 패키지’를 발표한 이유다.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재정으로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기로 했다.

정부 발표 직후 대한의사협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당시 성명에서 의협은 “의료인 법적 부담 완화, 필수의료 적정 보상,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지역의료 투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정책의 방향에 공감한다”고 했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왔다”고도 했다.
○정원 확대 공개하자 ‘반대’
하지만 6일 의대 정원 확대안이 공개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뒤 공개한 메시지는 ‘의대 정원 확대 반대’뿐이다. 이들은 정부와 28차례 만나 마련한 대책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9일 의사 대상 서신을 통해 “의료계의 논리적 주장과 근거에 기반한 설득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협이 내놓은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보여준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돈 못 버는 필수의료’ 구조를 고착화한 것은 의료계 책임이란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은 유한하다. 그 안에서 진료과별로 재원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이런 논의엔 의사들이 직접 참여한다. 하지만 병원이 상대적으로 돈을 쉽게 버는 항목 점수는 높고, 그렇지 않은 분야 점수는 낮아지는 과별 ‘정치력’이 수가를 좌우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건강보험 진료비 시스템상 치료 행위가 있어야 비용을 받을 수 있는데 소아청소년과는 진찰료 외엔 크게 기댈 곳이 없다”며 “이를 고려해 진찰료를 높이면 ‘3분 진료’처럼 박리다매로 환자를 많이 보는 의료기관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 진료비 책정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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