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건강보험 시스템이 만든 ‘부산물’이다. 값싼 진료비 탓에 의사들이 많은 환자를 봐야 돈을 버는 박리다매가 굳어졌다.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된 진료만으론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는 풍선처럼 부풀었다. 제약사와 의료기기회사의 수익인 약값과 기기값은 의사 수익을 보전하는 리베이트로 변질했다.
정부의 강력한 자정활동 덕에 리베이트 문화는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비급여 풍선과 박리다매 구조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의료를 개혁하려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료 비용을 억제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 선택에 제한을 두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혼합진료 금지’와 ‘미용의료 시술자격 개선’ ‘개원 면허제’ 정책에 처음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의협 주장과 달리 이들 세 정책이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핵심’이라고 꼽는 전문가가 많다. 의료 분야 비급여 풍선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하는 한 축이라는 이유에서다.
돈 잘 버는 의사들이 몰리는 진료과는 크게 건강보험 환자를 보는 진료과와 건강보험 환자는 거의 보지 않는 진료과로 구분된다. 안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은 전자다. 피부과 성형외과는 후자다.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미용면허를 의사 외에 다른 직역에 개방하면 이 분야에 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마사지처럼 받는 도수치료, 보험사기에 활용되는 백내장 수술 등이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개원면허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 면허를 따면 바로 개원해 돈을 벌 수 있다. 영국 캐나다 등은 추가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신체·정신 상태 조사 등 전문가·동료 평가를 거쳐 5년마다 진료 가능 여부를 검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원 시장에 퇴출 구조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급여 풍선이 작아지고 미용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의사가 ‘돈 잘 버는 직업’에서 ‘사람 살리는 직업’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의사들의 반대 이유는 결국 ‘소득 감소’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행 비급여 시스템은 정부가 근거 없는 의료를 방치한 산물”이라며 “관리 사각지대에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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