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리 충전된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현행 기술발전과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배터리 탈부착 차량에 대한 제작기준이 부재하고 배터리 탈부착 행위를 등록된 정비사업자만 할 수 있는 현행법에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배터리 교환형 차량 제작 실증 사업이 정부 심의를 통과하면서 배터리를 5분 내 탈부착할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올 전망이다. 이번 규제 특례를 통해 배터리 탈부착 가능 차량을 제작하고 하반기부터 장거리 운행이 많은 택시 등 사업자 대상으로 한 교환식 충전 서비스 실증 계획을 구체화해 추가 규제특례를 추진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최근 중국, 미국 등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교환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휴대폰조차 배터리 탈부착형이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전기차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상당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은 "배터리 교체를 자주하다 보면 기계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탈부착 차량 배터리가 빠지는 게 문제던데 사고가 나면 책임은 누가 지냐"고 걱정했다.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는 충전시간, 전력부하관리, 배터리 회수 등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유선 충전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장점이 반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교환에는 약 5분이 소요된다. 기존에 수십분 이상 소요되는 유선충전 대비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나 최근 급속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배터리 교환 및 구독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 표준화, 안전성 등 문제도 단기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 교환·구독 서비스를 통해 배터리를 쉽게 회수할 수 있으며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선 탈부탁 배터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규격이 표준화되지 않아 서로 다른 제조사 전기차 간에 배터리 교환소 교차 이용이 어려운 한계도 존재한다. 배터리 교환 반복 과정에서 결합부가 손상되거나 노후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배터리 교환형은 유선충전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로서 가능성이 있지만 현행 기술이나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필요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승용차에 배터리 교환형을 적용하긴 어렵지 않겠느냐. 현대차도 초반에는 택시에 포커스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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