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공공성 있는 자원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지정한 공공기관들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이 같은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 대응에 나서는가 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과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등 혁신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2021년 8월 한화임팩트와 국내 최초로 수소혼소 기술 개발에 나섰다. 당시 한화임팩트는 수소혼소율 30% 기술을 확보한 상태였다. 서부발전이 가스터빈과 실증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한화임팩트가 연소기 개조 등 기술 개발을 맡았다. 약 1년의 기술 개발 끝에 양사는 2023년 6월 세계 최초로 중대형 가스터빈에 수소를 60%까지 섞어 연소·발전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혼소 기술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상업운전이 가능한 중대형 가스터빈에서 60% 수소혼소 실증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최신 환경설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15년 대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85% 저감했다. 중소기업 기술 지원 및 판로 개척 등 민간 혁신성장 기여로 공기업 최초 8년 연속 동반성장평가 최고등급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중부발전은 지난해 12월 ‘2023 한국 ESG 경영대상 THE BEST ESG’에서 공공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저렴하고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위험 분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축 물량을 꾸준히 높이고 공급원을 다양화하면서 ‘공급 부족 사태’를 예방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먹거리 분야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저탄소 식생활 실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를 차지하는 먹거리 관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축산물과 탄소 흡수율이 높은 해조류·어패류 등 수산물 활용 △유통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로컬푸드 중심 식단 구성 △가공 처리 때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 최소화 △잔반 없는 식사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가 12월 7일을 ‘저탄소 식생활의 날’로 선포하며 캠페인에 동참하는 성과도 끌어냈다. 최근 설 명절에는 코레일유통과 함께 서울 용산역에 방문한 귀성객을 대상으로 저탄소 식생활을 홍보하고 농수산물 기념품을 제공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22년엔 발달장애인 자립 아카데미를 열고 10명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및 현장 실습을 제공했다. 올해에는 ‘굿윌스토어’를 세워 발달장애인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9일 문을 연 굿윌스토어 반야월점은 장애인 근로자가 기증품의 수거, 분류, 가공, 포장, 판매 등 모든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자립 기반을 지원하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 매장이다.
거버넌스를 개혁하는 것도 혁신경영의 한 부분이다. 한국남동발전은 2030세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는데, 다음달부터 이를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 직원 20명이 참여하는 ‘KOEN(남동발전의 영문 사명 약칭)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회사 경영과 밀접한 사안에 대해 젊은 층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TF 위원들은 △국정과제 △규제혁신 △경영효율화 등 세 분과로 나뉘어 활동하게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