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이 수소를 활용한 발전 기술 실증 연구에 성공하는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술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발전업계 가운데 가장 빠른 기술 개발 속도다.
○확산되는 기후테크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커지면서 전 산업에 걸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기후테크(climate technology)’ 기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발전산업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돌파구로 기후테크의 혁신적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현실적 대안이 수소혼소 발전 기술이다. 수소혼소 발전이란 기존 가스복합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수소를 혼합해 연소하는 기술이다. 청정연료인 수소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 나아가 수소 비중이 100%가 되면 무탄소전원이 된다.국내 발전업계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소발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부발전은 국내 발전업계에서 선두주자로 꼽힌다.
서부발전은 2021년 8월 한화임팩트와 국내 최초로 수소혼소 기술 개발에 나섰다. 당시 한화임팩트는 수소혼소율 30% 기술을 확보한 상태였다. 한국서부발전이 가스터빈과 실증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한화임팩트가 연소기 개조 등 기술 개발을 맡았다. 이듬해 서부발전은 평택발전본부에서 노후한 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을 떼어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 터빈을 수소혼소가 가능한 가스터빈으로 개조했다.
○중대형 가스터빈에서 실증
1년여의 기술 개발 끝에 양사는 2023년 6월 세계 최초로 중대형 가스터빈에 수소를 60%까지 섞어 연소·발전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혼소 기술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상업운전이 가능한 중대형 가스터빈에서 60% 수소혼소 실증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수소혼소 가스터빈 개발의 성공 여부는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기술’에 달려 있었다. 터빈 제작 관련 기술이 전부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 과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서부발전과 한화임팩트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산 기술로 혼소터빈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기술적 난제로 꼽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저감한 것은 이번 실증의 최고 성과로 꼽힌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일반 LNG발전소의 허용 기준인 20백만분율(ppm) 대비 30% 수준인 6ppm으로 낮추면서 효용성을 입증했다.
서부발전은 이번 실증 성공으로 국내 발전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LNG 가스터빈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기준 약 6600만t으로 추정된다. 이를 전부 수소혼소율 50% 터빈으로 개조할 경우, LNG발전 부문에서 연간 약 1600만t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조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발전 부문에서 감축해야 하는 1억2000만t 온실가스 배출량의 13%에 해당한다.
서부발전은 한화임팩트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과 150㎿급 대형 가스터빈에 수소혼소 연소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서인천발전본부에 수소 비율을 50%까지 늘린 수소혼소 연소기 등을 국산화하고, 실증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소혼소율 60% 실증에 성공한 이후 더 큰 용량의 150㎿급 가스터빈에 적용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정부의 무탄소전원 보급에 발맞춰 2027년까지 수소혼소 발전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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