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자신이 창업한 쏘카 지분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석 달 새 4%에 가까운 지분을 개인 매수하며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을 수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분율이 턱 밑까지 치고 들어온 2대 주주 롯데렌탈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이재웅 전 대표, 3개월째 쏘카 지분 매수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쏘카는 이 전 대표가 쏘카 주식 15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지분율은 3.85%다. 이달 들어 이 전 대표는 11거래일 동안 쏘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율은 지난달 31일(3.39%)에 비해 0.46% 늘었다. 쏘카 최대 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소쿠리)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그의 거래를 포함해 40.09%에서 38.75%로 줄었다. 앞서 에스오피오오엔지(소풍)가 행사한 풋옵션 계약에 따라 롯데렌탈로 58만7413주가 넘어가면서다. 이 전 대표의 매수로 쏘카 최대주주 측은 지분율 감소를 일부 방어했다. 소쿠리와 소풍은 모두 이 전 대표가 세운 회사다.이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쏘카 지분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보유 주식이 없던 그는 작년 11월 17일부터 대부분 거래일마다 주식을 모았다. 한 거래일에 1만~10만주가량을 매수하며 지분율은 0%에서 1.02%로, 12월이 지나며 1.62%에서 2.64%로 늘었다. 최근에도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 14만2000주(지분율 3.07%),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진 다시 10만7000주(지분율 3.39%)를 장내 매수했다. 이후로도 지분을 계속 모은 이 전 대표는 석 달 새 3.85%의 지분을 모으게 됐다. 이날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234억원에 달하는 가치다. 이 전 대표의 매수세로 쏘카 주가는 상승세다. 3개월 전과 비교해 31.19% 올랐다. 쏘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3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고, 4분기도 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대량 매수는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쏘카의 3개월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8만9321주다.
공정위 심사 통과…영향력 커진 롯데렌탈
연속된 지분 매수는 예기치 못한 경영권 분쟁을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022년 상장 전까지 운영 자금이 절실했던 쏘카는 여러 재무적투자자(FI)를 모았다. 롯데렌탈은 그해 3월 FI들로부터 쏘카 주식 13.29%를 1746억원에 취득하며 3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계약에는 롯데렌탈이 소풍의 풋옵션을 보장해주는 이례적 조항이 포함됐다. 쏘카 대주주 소풍은 다른 FI들이 행사한 풋옵션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롯데렌탈을 상대로 풋옵션 행사를 시작했다. 이후 롯데렌탈은 ‘모빌리티 사업 시너지’를 보유 목적으로 내세우며 SK㈜의 지분 17.92%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인수가는 최대 1462억원, 인수 시점은 오는 9월이다. 롯데렌탈의 지분율은 2대 주주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SK㈜ 매각 지분을 포함하면 34.69%에 달한다.다만 시장에서는 당장 지분 경쟁을 통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SK㈜ 지분 인수를 포함한 롯데렌탈의 행보에 대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단 주식취득이 합법적이라고 승인했다. 공정위는 “쏘카 최대 주주 측이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 쏘카의 경영 전반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롯데렌탈이 쏘카 주식을 추가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되는 등 변화가 일어나면 재심사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보기엔 현재까지 소모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도 “경쟁제한 여부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지분을 매입한 만큼, 다음 행보는 사업적 시너지를 일으키는 등 화학적 결합을 먼저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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