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기업 10곳 모두 상단 초과...주관사 “공모가 제동 걸 명분없어”

입력 2024-02-20 14:44   수정 2024-02-21 09:24

이 기사는 02월 20일 14: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 자금이 쏠리면서 기업들이 공모가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올해 상장한 10개 기업 모두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상단보다 8~27% 높게 결정된 영향이다. 주관사들도 IPO 기업의 공모가 인상을 지켜만 보고 있다. 공모가를 대폭 인상한 기업들이 IPO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장 주관 증권사들도 공모가 인상에 제동을 걸 명분이 사라졌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 10곳 모두 공모가를 희망 가격의 상단 이상으로 결정했다. 희망 공모가 상단 대비 확정 공모가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2차전지 관련 기업 이닉스(27%)로 나타났다. 화장품 기업 에이피알(25%), 벤처캐피탈(VC) HB인베스트먼트(21%)도 20% 이상 공모가를 높여 책정했다. 이외에 현대힘스(15%)와 코셈(14%), 케이웨더(12%)도 공모가 상단 대비 10% 이상 높여 상장했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상장 붐이 일었던 이후 이같은 공모가 줄인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상장한 89개 기업 중 77곳(86.5%)이 공모가격이 최상단으로 결정됐고 이 중 37개 기업은 공모가 범위를 초과해 책정됐다.

현재 공모가 줄인상 분위기는 이보다 더하다. 작년 하반기 IPO의 변환점이었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이후 희망 공모가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결정하는 기업이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현재까지 상장한 21개 기업 가운데 에이텀, 에코아이, 동인기연, 블루엠텍 등 4개 기업을 제외한 17개 기업(80%)이 공모가격을 희망 범위의 상단을 초과해 결정됐다.

발행기업과 공모가를 협의하는 주관사도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되려 이같은 공모가 줄인상에 주관사 선정단계에서도 영향을 주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공모가를 줄상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주관사에 선정되기 위해 발행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입찰제안서(RFP)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금융 플랫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몸값을 석 달 사이에 주당 3만원에서 6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으로 책정한 이유도 이런 영향이 컸다.

토스는 지난 2022년 시리즈G에서 5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9조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마지막 투자자들이 20% 수익률을 달성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업가치가 할인 전 기준으로 15조원이다. 증권사는 토스에서 원하는 기업가치의 마지노선인 15조원 이상을 써냈다.

증권사가 발행사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PO관계자는 “최근 주관을 의뢰하는 발행사들이 공모가 희망가를 높이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작년보다 공모가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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