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고급 승용차를 선물로 보냈다. 북한에 사치품을 보내는 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항이다.
20일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북한 매체들은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산 승용차를 지난 18일 선물받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김정은 동지께 보내드린 선물은 조로(북러) 두 나라 수뇌 사이에 맺어진 각별한 친분관계의 뚜렷한 증시로 되며 가장 훌륭한 선물로 된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정은이 선물받은 승용차의 차종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를 소개한 바 있어 이 차량이 선물로 주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우루스 일반 모델의 가격은 대당 28만달러(약 3억7000만원)부터 시작한다. 푸틴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것처럼 방탄과 장갑 기능을 갖출 경우 차량 가격이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승용차 선물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고급 승용차는 대북 이전이 금지된 사치품에 해당한다. 또 운송수단의 직간접적 대북 이전·수출 등도 금지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제재 위반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북한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규탄한다"며 "러시아는 유엔 상임이사국의 책임을 자각하고 국제 규범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승용차 선물을 보낸 건 북러 양국 관계가 돈독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무기나 첨단 기술 대신 고급 승용차를 선물해 북한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상황에서 북한이 기대하고 있는 군사적인 지원을 러시아가 모두 맞춰주지는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인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러시아 집권여당인 '통일러시아' 초청으로 러시아를 찾았떤 조선노동당 대표단이 19일 귀국했다. 동시에 주용일 정보산업상을 단장으로 하는 국제회의 대표단이 모스크바에서 진행되는 '유라시아정보기술연단'에 참가하기 위해 19일 평양을 출발했다. 또 손성국 수산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수산공동위원회 대표단과 오광혁 체육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체육성대표단도 이날 러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