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신화' 삼양, 바이오사업 뛰어든다

입력 2024-02-20 17:46   수정 2024-02-21 09:33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가 노화와 디지털헬스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 역량 확충에 나섰다. ‘불닭볶음면 신화’에 안주하지 않고 바이오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 사업은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30·상무·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그룹 내 R&D 조직인 삼양스퀘어랩에 노화연구센터와 디지털헬스연구센터를 신설하기로 하고 센터장 등 대규모 인재 영입에 나섰다. 채용 예정 인원은 박사급 인력을 포함해 수십 명에 이른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미래R&D전략센터를 통해 라면 등 주력 제품은 물론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등 과학기술 기반 푸드케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노화 방지 및 디지털헬스 분야와 관련한 별도 조직을 신설해 연구 영역을 바이오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노화연구센터는 노화 관련 R&D 기획과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근감소증, 퇴행성 뇌질환, 대사질환 등 노인성 질환이 파이프라인 개발 대상이다. 센터장에 대해서는 ‘라이선싱(기술이전) 계약 및 인수합병(M&A) 성사 경험자’를 우대 요건으로 명기했다. 노화 관련 신약 개발 기업의 라이선스를 인수하거나 M&A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헬스연구센터는 의료·건강 데이터 수집과 머신러닝·딥러닝 연구,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실증 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자회사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1929억원을 기록해 사상 첫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개발한 불닭볶음면이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는 등 ‘K라면’을 대표하는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불닭볶음면이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불닭 이후’의 신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됐다. 삼양식품그룹이 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꾸고 노화와 디지털헬스 등으로 바이오로 사업 영역 확장을 시도한 배경이다.

김 부회장의 장남으로 바이오 사업을 주도하는 전병우 상무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이후 해외전략부문장을 거쳐 그룹 경영전략을 맡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비전 선포식을 통해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오형주/안대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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