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본봉 기준 월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줬다. 위로금, 격려금이 아니라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2022년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을 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비슷했다. 이익이 급증해 이례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신라호텔 이익률 10% 넘겨
국내 호텔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지난해 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첫 1조원 돌파에 이어 지난해 20%가량 매출이 불어났다. 영업이익은 2022년 65억원에서 지난해 약 400억원으로 여섯 배 넘게 증가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롯데호텔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 발생 시기인 2020년 약 3500억원, 2021년 1600억원의 ‘눈덩이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임원 보수를 일괄 삭감하고 일반 직원들을 상대로는 평일에 돌아가며 쉬는 ‘강제휴가’를 도입했다. 하지만 2022년 급격히 업황이 좋아지자 직원들을 복직시키고 시설물 정비에 나섰다. 그 효과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신세계의 조선호텔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작년 영업이익은 403억원으로 전년(222억원)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도 5562억원으로 16% 늘었다. 삼성 계열 신라호텔은 수익성이 돋보였다. 작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겼다. 매출은 사상 최대인 6347억원, 영업이익은 687억원이었다. 같은 법인 내 ‘캐시카우’인 면세점 부문 이익(약 220억원)을 압도했다.
이 밖에 SK 계열의 워커힐이 역대 최대인 1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카지노로 유명한 파라다이스는 호텔·리조트 부문만 떼어냈을 때 역대 최대인 235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5성급 평균가 30만원 넘겨
2020년 30%대로 떨어진 서울 지역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2022년 60%를 회복하더니 작년 4월 이후 줄곧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급 스위트룸 등 일부 객실을 제외하곤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빈방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코로나 때 구조조정에 나섰던 호텔업계가 인력난을 호소할 정도다. 정부는 인력난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작년 말 외국인 채용이 가능한 산업에 호텔과 리조트를 포함했다.가격도 껑충 뛰었다. 2020년 11만원으로 떨어진 평균객실가격(ADR: Average Daily Rate)은 지난해 18만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서울 시내 5성급 특급호텔은 사상 최대인 33만원에 달했다. 롯데호텔 시그니엘, 신세계 조선팰리스 등 국내 신규 럭셔리 브랜드와 포시즌스, 페어몬트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함께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평균객실가 30만원 이상은 어렵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볍게 넘어섰다”며 “중국 등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어 호텔업계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