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엔 노인 1520만명…지금 의사 수로는 의료수요 감당 못해

입력 2024-02-20 18:49   수정 2024-02-21 01:03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20일부터 본격화한 가운데 증원을 막으려는 의사 단체와 2000명의 증원 규모를 사수하려는 정부 간 논리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저출산·고령화, 의학 교육의 질 유지 등을 위해선 증원을 350명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의사 단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설득력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도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더 늘어나고 의대 학생이 감소하는 동안 교수가 급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2000명 증원은 감당 가능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는 설명이다.
2035년이면 입원일수 45%↑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사단체는 인구가 줄어 의사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가장 급격한 고령화를 겪는 한국은 의대 증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인구가 2020년(518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해 의대 증원은 불필요하다는 의협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지난해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2063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6.4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3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의사 부족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주장은 진료 수요가 큰 고령층이 빠르게 늘어 전체 의료 수요가 폭증하는 점을 외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4.4%에 달했다. OECD 평균인 2.6%에 비해 70% 빠른, 세계 최고 속도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되면서 203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520만8000명(전체 인구의 29.9%)으로 2022년(898만1000명)보다 7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1인당 입원 일수는 20대의 17.6배, 30대의 12.1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2035년 국내 전체 환자의 입원 일수는 2022년 대비 45%, 외래 일수는 13% 급증해 큰 폭의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전문가들 역시 대부분 정부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부가 5년간 2000명씩 총 1만 명의 증원 규모를 결정한 근거로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 등은 모두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면서 2035년 최소 1만 명 이상의 의사 인력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차관은 “2000명 증원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를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원 줄었는데 교수는 늘어
현재의 의대 교육 인프라가 2000명의 증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양측은 대립하고 있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협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350명이 적정 증원 규모라고 밝혔다. 350명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요구로 감원된 인원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20일 브리핑에서 “40개 대학이 증원 수요로 제시한 2151명은 총장의 책임 아래 학교 전체 사정을 감안해 제출된 것”이라며 “2000명 증원은 충분히 수용 가능한 규모”라고 반박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계기로 의사 달래기 차원에서 2006년 무렵부터 3058명 선으로 줄었다. 감축은 정원 규모가 컸던 서울대, 부산대 등 국립대 중심으로 이뤄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1980년대 260명이던 서울대 의대 정원은 현재 135명으로 줄었다. 부산대도 208명에서 125명으로, 경북대는 196명에서 110명으로 줄었다.

반면 서울대 의대의 임상 교수는 1985년 대비 세 배로 늘어나는 등 의대 전반의 교육 인프라가 과거에 비해 개선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대 정원이 더 많았던 때 교육받은 의사들의 역량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며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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