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설계·시공사 86곳을 상대로 제기한 설계보상비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일부 반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은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 성립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유역 정비 사업의 1차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공사 입찰에서 탈락한 컨소시엄 업체들에 설계보상비로 총 244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해당 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고,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입찰 담합에 가담해 설계보상비를 챙긴 컨소시엄 대표사와 시공사들을 상대로 “설계보상비 전액을 연대 또는 공동으로 반환하라”며 2014년 4월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해 업체들이 244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 일부 청구가 인정되지 않아 반환액이 102억원으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설계보상비 반환 관련 규정이 포함된 입찰공고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며 “입찰에서 탈락한 피고들과 입찰을 실시한 원고 사이에 어떠한 계약관계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상고심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입찰공고의 주체와 탈락자 사이에는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있다”며 “설계보상비 반환 관련 내용을 규정한 공사입찰 유의서도 계약 내용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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