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의료개혁을 절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며 정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놓고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는 28차례나 의사단체를 만나 대화하며 의료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며 “의사들을 위한 사법 리스크 감축, 지역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 수가 등 보상체계 강화,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지원 등을 함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전공의 사직 등 집단 휴진을 예고해 수술이 축소되거나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의료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내각 전부가 일치단결해서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일각에서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날도 전국 각지의 전공의와 의대생이 ‘집단행동’에 동참했다. 이날은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시한으로 못박은 날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밤까지 국내 100개 병원에서 전공의 6415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들 중 1630명은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환자 피해도 속출했다. 정부가 전날부터 개설한 피해신고센터에 34건의 피해 상담 사례가 접수됐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등이다. 교육부 의대 상황대책팀에 따르면 국내 7개 의대에서 1133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개별적인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한 집단에 폭력을 휘두르는 이 상황이 독재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밝혔다.
양길성/이지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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