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한다. 저출산고령위가 대한민국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출산고령위를 이끄는 부위원장(위원장은 대통령)의 직급을 현행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위의 중앙행정기관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20일 여권에 따르면 정부는 저출산고령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저출생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즉효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대응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의 직급과 예우를 상향하라고 지시했다.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도 주문했다. 현재 국무위원 외에는 금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아울러 “저출산고령위는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저출산고령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조직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현재 위원회 조직인 저출산고령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질적인 권한이 없으면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저출산고령위가 발표하는 저출생 관련 대책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저출산고령위는 2005년 정부 협의체 형태로 출범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장관급인 부위원장이 조직을 운영한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도 참여한다. 구성은 화려하지만 예산 및 정책 관련 권한이 없었다. 저출산고령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각 부처에 전달하거나,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고작이다.
각 부처가 저출산고령위 업무에 나 몰라라 하는 상황도 잦았다고 한다. 다른 부처에서 파견 온 공무원으로 조직이 구성된다는 점도 한계였다. 1년~1년 반 정도 근무하다 원래 부처로 돌아가는 구조에서 전문성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도 저출산고령위의 구조적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모두 인구 문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만들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4월 총선 이후 저출산고령위의 중앙행정기관 전환, 인구부 신설, 여성가족부와 통합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에 위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 부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저출산고령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저출산고령위가 활력을 찾고 정책 생산을 주도하도록 하는 게 그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위에 “기존처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저출생 대책을 양산하지 말고, 임팩트 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기존에 추진한 정책을 꼼꼼히 살펴 저출생 정책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확실하게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아니라면 어떤 정책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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