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파업 때는 "돌아오라"…7개월 만에 돌변한 의사들

입력 2024-02-20 22:36   수정 2024-02-20 22:46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7개월 전 부산대병원 의사들이 간호사들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던 대자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는 '부산대학교병원의 동료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원내 곳곳에 붙이며 간호사의 복귀를 촉구했다. 간호사들이 주축인 전국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고, 부산대병원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전국 병원 중 최대 규모로 파업을 벌일 때였다.

당시 대자보에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지 못함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수많은 환자분이 수술, 시술 및 항암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계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우리 부산대학교 병원은 동남권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선천성 기형, 암, 희소 질환 등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의 희망"이라면서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하게 기다리시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면서 지금 상황도 당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대병원은 20일 오전 9시 기준 전공의 236명 가운데 216명이 사직서를 내고 대부분 출근하지 않았다. 양산 부산대병원에서는 전공의 160여 명 중 12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병원은 전공의 대신 교수들이 중환자실과 응급실 근무를 서는 비상 진료 태세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 같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꼴', '의사라면 국민의 생명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부산시는 일단 부산의료원과 부산보훈병원 등 공공의료원 4곳의 진료 시간을 연장했다. 준 중증환자들은 지역 25개 종합병원으로 분산해 진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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