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올트먼이 AI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핵융합 발전이 포함된다. 원자력발전이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핵융합은 원자 간 충돌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에 주목한다. 태양 에너지의 원리가 그러하니, 인공태양을 만드는 원대한 작업이다. 원전보다 발전 효율이 40배나 높으면서 핵폐기물에서도 자유로운 궁극의 에너지다.
올트먼은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 3억7500만달러(약 5000억원)의 막대한 개인 투자와 함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헬리온은 2028년부터 MS에 핵융합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맺으며 위약금 조항까지 걸었다. 꿈의 에너지가 현실화하고 있는 단계다. 올트먼이 꿈꾸는 세상은 인간의 수고를 최대한 덜어주는 세상이다. 한 축은 AI, 또 한 축은 AI 세계의 절대적 인프라인 전력이다.
올트먼과 주변 인물들은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스펙의 소유자다. 지난해 오픈AI 사태의 공동 주역인 그레그 브록먼은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로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다녔다. 올트먼이 벤처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면서 키운 기업가치 100조원짜리 핀테크 스트라이프의 공동 창업자 패트릭·존 콜리슨 형제는 아일랜드의 수학 천재들로 각각 MIT와 하버드대를 다녔다. 올트먼과 같이 피터 틸 장학생인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 수상자로 MS가 가장 선호한다는 캐나다 워털루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에겐 또 하나 큰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학 중퇴자다. 올트먼 역시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를 1년만 다녔다. 실리콘밸리 최고 직장의 보증 수표인 명문대 졸업장을 버리고 나름의 아이디어로 세계를 바꾸겠다며 일찌감치 창업에 뛰어든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열혈 청년들이다.
한국 최고 수재 의대생들 또한 절대 뒤지지 않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자의 상당수가 의대로 진학하자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을 정도다. 2021년 수능 생명공학 문제 오류 사태는 의대 수험생들이 미국 명문대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질의해 얻어낸 기지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엘리트 간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도전정신과 생각의 크기다.
의대 증원 문제로 젊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던지면서 온 사회가 난리를 겪고 있다. 그런데 의학·의료 발전을 놓고 보면 정원 확대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대목이 많다. 우리 의료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물론 유력 후보조차 변변찮은 실정이다. 일본은 5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냈으며, 그중에서 4명은 2010년대 이후 나왔다. 우리 의료계가 가장 자주 대는 변명이 의대 부속 병원에 외래 환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많아 연구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 의대를 나와 연구자가 되는 의사과학자 풀을 넓힐 좋은 기회다. 일본 고베대 의대 출신으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는 정형외과 수술 실력이 늘지 않자 연구자로 전환해 50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받았다. 정원 확대를 하게 되면 야마나카 교수 같은 사람을 발굴해 낼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의대 열풍은 아무리 부작용을 외쳐봐야 한동안 불가피해 보인다. 의사들을 ‘현세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뒤에서는 자식 의대 보낼 궁리를 하는 게 현실이다. 그 쏠림 현상을 막기 힘들다면 최고 엘리트들이 뭔가 혁신적 일을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바깥세상은 인공 태양을 만든다고 팽팽 돌아가는데, ‘밥그릇’ 생각뿐인 그들을 보는 마음은 그래서 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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