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호·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에도 함정사업 입찰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 의원은 울산 동구, 이 의원은 울산 남구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작년까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KDDX 개념 설계 등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회사가 방사청에 입찰 참가 제한 등 추가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울산 지역 의원들이 나선 것이다.
그러자 곧 같은 당 서일준 의원이 정반대 논조의 성명을 냈다. 서 의원은 “KDDX 군사 기밀 절도 사건을 대한민국 방위산업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추가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의 지역구에는 한화오션이 있다.
방사청은 오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금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사업은 총 7조8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미래형 함정 무기 체계를 만드는 사업이다. 큰 규모의 사업인 만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4월 총선을 앞둔 가운데 이들 의원의 지역 유권자 중 상당 부분이 조선 근로자다.
권 의원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매출은 1조원, 고용 인원은 1700명에 달한다”며 “입찰에서 배제된다면 특수선 사업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다. 울산 시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 의원은 2019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시도를 거론하며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거제시 상권 붕괴와 인구 이탈 등 24만 거제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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