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인원(경찰이 신청한 청구 포함)은 2만6266명으로 전년보다 16.2% 증가했다. 청구한 영장 중 기각된 비율은 20.4%(5346명)로 2022년(18.6%, 4201명)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구속영장 기각률이 20%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4년(20.1%) 후 9년 만이다.
살인 강도 성폭력 등 혐의가 뚜렷한 사건에선 구속영장이 대부분 발부되는 것을 고려하면 정치인 비리나 복잡한 금융사건 등 법원이 피의자의 신병 확보를 두고 고민할 만한 사건에서 영장 청구와 기각이 함께 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비리 및 대북송금 의혹으로 약 9시간 동안 심문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암호화폐 테라 루나 폭락사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암호화폐 상장 사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무원들(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등도 눈에 띄는 기각 사례로 꼽힌다.
정권 교체 후 과거보다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후 금융·증권, 보이스피싱, 재정범죄, 가상자산 등을 전담하는 합동수사단을 잇달아 신설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50억 클럽, 민주당 돈봉투 살포, 부동산 통계 조작 등의 사건도 공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병 확보 시도 역시 과감해지면서 기각 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권용훈/김진성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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