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중 하나이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측근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하동우)는 21일 한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전자금융거래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 씨가 테라 프로젝트가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꾸며 코인을 판매·거래해 최소 53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본다. 검찰이 추산하는 공범들의 부당이득 총액은 4629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한 씨와 공범들이 처음부터 '허구'였던 테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본다. 테라 측은 테라 코인이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가치 안정화 코인)'이라 홍보했다. 현실 경제에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테라 블록체인 지급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블록체인 지급결제 서비스는 금융규제 상 허용될 수 없는 만큼 애초에 실현 불가능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또한 한 씨가 테라 코인이 실생활에 화폐로 사용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일정 가격 범위 안에서 대량 매매 주문을 반복할 수 있는 '봇' 프로그램을 돌렸다고 파악했다. 또 한 씨가 해외 마켓메이킹(MM) 업체를 동원해 테라·루나 코인의 시세 및 거래량을 조작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의심한다.
한 씨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루나 코인을 판매하는 등 증권 모집·매출행위를 해 공모 규제를 위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받는다. 차이페이 고객의 전자금융 결제정보 1억여 건을 동의 없이 테라 블록체인에 기록해 무단 유출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있다. 테라 코인 발행으로 인해 주조차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테라폼랩스 회사 자금 141억원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지급해 테라폼랩스에 손해를 가한 배임(특경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한 씨는 폭락 사태 발생 직전인 2022년 4월 권 씨와 한국을 떠나 도피했다 작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의 끝에 한 씨의 신병을 인도받아 지난 6일 송환 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다만 몬테네그로에서 구금 중인 권 씨의 인도 승인은 절차 문제로 인해 미뤄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권 씨는 현재 범죄인인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신속히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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