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수은은 특정 개인과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폴란드와 맺은 1차 방산 수출 계약에서 수은은 이미 자기자본의 40%에 해당하는 6조원가량을 폴란드에 융자해 특정 국가에 대한 금융지원 한도를 대부분 채웠다. 이에 따라 30조원 규모의 2차 방산 수출계약을 위해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대규모 무기 수입을 추진 중이지만 무기 대금을 치를 현금이 부족하다. 이를 수은 등 한국 금융기관이 대출해 주는 형태로 폴란드에 자금을 지원하고, 실제 무기 대금은 차후에 회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체의 폴란드 수출 잔여 물량은 △K9 자주포 308문 △K2 전차 820대 △다연장로켓 천무 70문 등 최대 30조원 규모로 추산돼 왔다. 하지만 폴란드가 한국의 신용공여 조건을 문제 삼으며 2차 본계약 체결이 계속 미뤄졌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지난 8일 폴란드 라디오에서 “한국이 부분적으로 제시한 무기 구매 대출 제안은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법 개정안이 소위 문턱을 넘으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한시름 고민을 덜게 됐다. 기재위 소속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탈락한 경쟁국들이 눈독까지 들이던 상황이었는데 정말 십년감수했다”고 적었다.
다만 이번 증액은 자본금의 최대 한도를 높인 것으로, 정부가 실제로 자본금을 납입해야 수은의 신용공여 확대가 가능하다.
경제재정소위원장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조원의 추가 자본금 중 현물과 현금의 비율에 대해 “올해 예산안에는 수은법 자본금 증자안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차액 10조원에 대해 정부 측에서 연도별로 증자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김종우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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