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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주가 부진을 타파하기 위해 100억파운드(약 17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본토 소매금융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 개편안도 발표하면서 이날 주가는 9% 가량 상승했다.
C.S.벤카타크리슈난 바클레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2023년 연간 실적발표를 통해 향후 3년 간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100억파운드를 주주들에게 환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4년 간 바클레이스가 환원한 61억파운드보다 63% 큰 규모다.
이는 15년째 고전하고 있는 회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HSBC, 로이드, 스코틀랜드왕립은행과 함께 영국 '빅4 은행'으로 꼽히는 바클레이스는 2007년 한때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729파운드(런던 증시 기준)를 찍었으나 2009년 미국발 서브모기지 사태의 여파를 맞고 100파운드로 폭락했다. 같은 해 330파운드 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전날 바클레이스 주가는 149파운드로 최고가 대비 20% 수준이다. 주주 환원 계획 발표 뒤 바클레이스 주가는 8.59% 오른 161.8파운드를 기록했다.
벤카타크리슈난 CEO는 회사의 중심을 IB에서 소매금융으로 옮기는 내용의 구조개편안도 발표했다. 기존 영국, 인터내셔널 2개 부문을 △영국 △영국 기업은행 △프라이빗뱅킹 및 자산관리 △투자은행 △미국 소비자은행 5개 부문으로 나누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개편이 "영국 가계·기업 대출에 다시 집중하고 변동성이 크고 거칠게 돌아가는 월스트리트(IB 부문)에는 조금 덜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의 IB 부문은 매출 기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크고,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바클레이스 전체 매출의 44%가 IB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근 대형 인수합병(M&A) 가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영국의 금융 규제 등은 IB 부문 성장세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트레이딩 수입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행동주의 투자자 에드워드 브람슨은 2018년부터 3년 간 바클레이스의 IB 부문 축소를 주장하며 의결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바클레이스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영국 소매금융 부문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은행업계의 소매금융 실적이 다른 유럽 주요국 은행보다 저조한 데다가 영국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날 주주환원 계획과 구조개편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진했던 실적은 상대적으로 이목을 끌지 못했다. 바클레이스의 지난해 연간 귀속순이익은 42억7000만파운드(약 7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인 45억9000만파운드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6억파운드로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 같은 기간 신용손상비용은 4억9800만파운드에서 5억5200만파운드로 늘었고 유형자기자본수익률(RoTE)은 8.9%에서 5.1%로 줄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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