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최초 계약 당시 공사비가 3.3㎡당 51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시공사가 조합 측에 889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부산 촉진 2-1구역은 공사비 갈등에 시공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 조합은 고민을 거듭하게 되고, 때로는 총회를 개최해 공사도급계약 해지를 안건으로 올리기도 한다. 해지 안건이 가결되면 조합은 기존 시공사에 공사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한다. 그러면 공사도급계약을 해지당한 기존 시공사가 법원에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지 통보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조합은 시공사가 사업경비 대여 업무를 중단했다거나 조합을 상대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부당한 공사비 인상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편다. 이 같은 시공사의 채무불이행에 따라 공사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는 논리다. 즉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해지했고 이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드문 게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경우 조합원 개인 자산 이외에 특별한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있음에도 시공사가 조합에 거액의 사업경비를 대여하는 것은 조합이 정상적으로 운영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원은 “조합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조합에 대한 사업경비 대여를 중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정당한 조치”라고 판단한다.
공사비 증액은 조합이 먼저 시공사를 상대로 개략적인 공사비 변동 내역의 산정을 요청하는 게 업무상 관례다. 조합은 조합원의 분양 신청 및 이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수립 때까지 공사비에 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공사비 인상에 대한 협상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법원은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부당하게 공사비 인상을 강요해 도급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했다거나 채무불이행에 따라 공사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이 초래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곤 한다.
공사도급계약의 해제·해지 통보 절차에서도 공사도급계약 규정에 따라 준수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이를 어기면 적법한 해제·해지 절차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기도 하다.
정비사업은 시공 수주 시점부터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물가 인상, 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이 없으면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건설사 입장도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다만 공사비에 대한 협의가 불가능해 조합이 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시공사의 채무불이행 책임이나 공사도급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입증해야 한다. 또 해지 통지의 절차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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