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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CM 구마모토 공장 준공으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재건 의지를 확인한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TSMC 공장 유치를 위해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지원한 것, 2년 전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발효한 미국보다 정책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일본의 매력을 높일 전망이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부 예산과 민간 예산을 10조엔(약 670억달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국영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연구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공장 설립 누적 지원금 2.5조엔
20일(현지시간) 일본 경제산업성과 외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금 예정금 포함 라피두스(9760억엔), TSMC 1공장(4760억엔), TSMC 2공장(6320억엔), 마이크론(2400억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2430억엔)에 총 2조5670억엔을 지원한다.24일 가동을 앞둔 TSMC 구마모토 제1공장은 전체 투자금의 40%가 정부 예산으로 지원됐고 2공장 역시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일본 정부가 댔다.
지난해 기시다 총리는 오는 2030년까지 일본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5조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에 반도체 관련 시설을 설립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약속하면서 민간 부문 지원까지 합쳐 반도체 지원 금액을 10조엔까지 늘릴 계획도 밝혔다.
○공급망 혼란 위험 차단
미·중 무역 갈등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일본 정부가 공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배경이다. 니시카와 카즈미 일본 경제산업성 경제안보정책국장은 “우리가 반도체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미·중 대립 때문”이라며 “대만에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면 수조 달러의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고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일본이 반도체 생산기지로서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도쿄 일렉트론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많다는 점, 훈련된 인력이 충분하다는 점 등이다.
정부의 빠른 의사 결정도 일본이 기업을 끌어모으는 힘이 됐다. 2022년 미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발효하고 390억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책정했지만, 약 2년이 지난 이달 들어서야 첫 대규모 보조금(15억달러)이 발표됐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TSMC 공장은 인건비와 비용 문제로 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정부 예산을 받지 못한 TSMC와 인텔이 투자를 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 IMEC의 최고경영자(CEO) 루크 반 덴 호브는 “일본은 이번에 대담한 접근 방식을 취했고 매우 빠른 의사결정을 실행했다”며 “15~20년 전에는 정부의 폐쇄적인 정책이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라피더스 성과 낼 수 있을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01년 27.7%에서 2022년 8.6%로 급감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대기업들은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2022년 8월 파운드리 법인 라피더스를 설립했다.라피더스는 2027년부터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에 따라 홋카이도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건설 중이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 설립 시 직접 출자에 나선 것에 이어 약 1조엔의 자금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신생 기업 라피더스의 목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본의 생산 능력이 범용 반도체 수준인 45나노미터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에, 2나노미터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경쟁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간 반도체 연구가 정체됐던 만큼 반도체 기술 보유 인력을 육성 및 확보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라피더스가 IBM과 협력해 엔지니어를 키운다고 하더라도 파운드리 운영에 필요한 1000명의 인원을 고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면서 일본의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해당 산업을 떠났고, 구조적인 인구 감소로 인해 일할 사람을 찾기가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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