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도입하려 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제도’가 연기되었습니다. 연기된 원인은 무엇이고,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ESG 공시제도’ 도입을 한 차례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부터 대형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등 주요국의 공시 의무화가 미뤄지고 기업이 공시를 위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2026년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ESG 공시제도 도입이 지연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 아닙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ESG 운동’의 영향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ESG 규제 강화라는 세계적 변화의 흐름이 여전히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ESG 공시제도 도입이 백지화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공시제도 도입이 늦어진 원인은 단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IFRS S)이 2023년 6월 확정되면서 준비 기간이 부족했고, 아직 ESG 공시 항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서일 뿐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공시제도 의무화 이전에 기업의 전반적 ESG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24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국민의 삶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든든한 금융’이라는 정책 비전 아래 9개 정책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ESG 관련 사항을 살펴보면, ESG 중 ‘G‘ 즉 거버넌스 개선에 관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자사주 제도 개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4년 연초부터 한국 주식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 스스로 회사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설명, 소통하도록 유도합니다.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공표하고,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한 기업 중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경우, 이들로 구성된 지수를 가칭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로 개발해 기업으로의 원활한 자금 공급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결국 주가순자산비율(저PBR)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과 공시를 강화해 실질적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어쩌면 ESG 공시제도 도입 전 몸풀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도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공시에 따른 기대효과, 효과적인 공시 방법을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준비를 모아 궁극적으로 ESG 공시제도 도입으로 이어져야 허울뿐인 공시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ESG 공시제도 도입 지연으로 우리 기업은 준비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ESG 규제 강화라는 세계적 변화는 국내 기업의 적응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며, 관련된 기업에 더욱 원활한 자금 공급을 가능하게 합니다. 탄소저감 등 기업의 기술혁신을 제고할 수도 있습니다. ESG 공시제도 도입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도 도입 시점까지 보다 차근차근히 준비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한 ESG 공시가 가능할 것입니다.
우준식 우리자산운용 ESG투자전략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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