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들’ 공연을 숏폼으로 처음 접했는데, 보고 싶은 마음에 티켓을 예매했어요.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소극장 뮤지컬의 묘미를 알게 됐죠.(이희영 씨)”
“작품의 퀄리티도 높지만 매번 바뀌는 배우들의 애드리브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김예진 씨)”
한 배우가 슬릭백을 하며 무대를 뛰어다닌다. 그러다 “공주님들”하고 배우가 외치자 객석에서 “네”라고 대답한다. 당황한 표정의 배우를 보며 관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이어 등장한 신데렐라는 “나보다 먼저 온 공주가 있어?”라며 능수능란하게 분위기를 띄운다. 유쾌한 애드리브와 돌발 상황은 대학로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나온 실제 장면이다.
2023년 12월 중순, 공연 제작사 랑은 SNS에 뮤지컬 ‘난쟁이들’의 현장을 담은 총 17건의 숏폼 영상들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이 영상들은 평균 2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최고 조회수는 900만 회를 돌파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종연을 한 달 넘게 남긴 시점부터 약 300석 규모의 공연장이 전석 매진됐다. 올 1월 27일, 연장 공연까지 마친 ‘난쟁이들’은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전례 없는 흥행사례로 남게 됐다.
친숙하면서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웃음, 감동 저격
‘난쟁이들’의 부제는 ‘내숭을 벗어던진 발칙한 이야기, 어른이 뮤지컬’이다. ‘어른이 뮤지컬’이란 표현이 의미심장하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뮤지컬 ‘난쟁이들’에서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같은 공주와 난쟁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공주들도, 난쟁이들도 아니다. 성적 욕망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백설공주, 돈 밝히는 신데렐라, 공주들을 만나 신분 상승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는 난쟁이 빅과 찰리. 서로의 욕망이 얽히며 원작과 다른 유쾌한 전개로 웃음을 선사하고, 현실을 풍자한다.
‘난쟁이들’의 결말은 현실 풍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주와 난쟁이들은 짝을 찾는 기준이었던 돈과 외모가 아닌, 순수한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데에 이른다. 결국 그 무엇보다 더 동화적인 뮤지컬로 마무리된다. 익숙한 사랑 판타지로 관객들이 알면서도 속는 감동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웹소설 컨셉, B급 코믹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트렌디한 마케팅
이 공연의 마케팅 역시 전략적이었다. 2015년 초연 이후 2016년, 2017년, 2022년 이후 공연과는 달리 지난해 다섯 번째 공연에서는 숏폼 콘텐츠와 오디오 포스터를 처음 제작했다. 웹소설 콘셉트 이미지에 배우들의 목소리를 입힌 오디오 포스터는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웹소설 표지, 제목은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클릭을 유도했고, 제작사는 이를 적극 활용한 포스터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타 공연 기획사들이 시도하지 않던 숏폼, 릴스로 홍보 영상 제작 역시 흥행에 일조한 것으로 평하고 있다. 공연 속 코미디적인 요소를 짧은 영상으로 제작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는 평가다.
이 공연의 독특한 마케팅의 시발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2015년 초연 당시 유튜브에 업로드된 ‘난쟁이들’의 넘버 ‘끼리끼리’ 뮤직 비디오가 역주행 바람을 타 8년 간 10만 조회수에 머물렀던 영상이 50만회를 돌파했다. ‘끼리끼리’ 넘버에 중독된 관객들은 B급 콘셉트 뮤직 비디오를 반복 재생하며 “요즘 감성이란 맞는 뮤지컬이 이제 터진 거였다”, “공연 보고 넘버에 꽂혀서 다시 들으러 왔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수연 공연평론가는 뮤지컬 ‘난쟁이들’의 흥행을 두고 “대학로에서 웰메이드 창작 코미디극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쉽고 가벼운 작품이 대학로 뮤지컬계에 얼마나 필요한지, 관객의 호응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안영수 공연 제작사 랑 대표
뮤지컬 ‘난쟁이들’의 마케팅을 총괄한 공연 제작사 랑 안영수 대표를 만났다. 이 공연의 성공요인 그리고 전략은 무엇이었는지 들어봤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난쟁이들의 인기 요인은 무엇인가요.
“숏츠나 릴스로 재미 요소로 유입된 관객들도 이야기 속 메시지를 느끼고 작품을 즐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시너지가 난 거라 생각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실 때 새로운 마케팅 시도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공연의 색깔과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해요. 작품의 색깔은 노란색인데, 마케팅을 검은색, 빨간색을 쓰면 안 되겠죠. 그래서 공연의 매력을 잘 파악해야 하는 거 같아요. ‘난쟁이들’에서는 숏츠나 릴스와 같은 영상 마케팅이 성공적이었지만, 그런 마케팅이 필요 없거나 톤에 맞지 않는 공연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난쟁이들’의 성공 후, 대표님께서 지닌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성공에 기뻤던 건 순간적이었어요. ‘난쟁이들’이 다시 찾아왔을 때 관객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기도 해요. ‘난쟁이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보일 작품들도 각 매력에 집중해 마케팅하고 관객들이 대학로로 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윤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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