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심각"…한은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 첫 언급

입력 2024-02-22 13:05   수정 2024-02-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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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5월 새롭게 나오는 성장률과 물가 전망에 따라 금리인하 시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통위원 중 한명이 '3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른 5명의 금통위원은 연 3.5%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도입된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금리 수준 전망에서 인하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선 전원이 연 3.5% 수준을 유지해야한다고 응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금리 인하가 언급됐지만 당시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확산 여부에 따라 금리인상과 인하 모두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는 의견이었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극심한 내수부진 전망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민간소비 성장률이 올해 1.6%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전망치 1.9%에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 것도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총재는 당초 2.3%였던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표현 대신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 총재는 "물가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말 목표치인 2%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은 고수했다. 그는 "인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상반기에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월 경제전망 때 국내 요인이 계속 예상대로 가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그래야 정책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습에 대해선 "(경제부총리 등과의) F4 회의에서 점검한 바에 의하면 익스포저가 있지만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총선 이후 공공요금이 올라 물가가 반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요금 인상 스케줄은 정부를 통해 파악한대로 이미 전망에 반영했고, 부동산 PF는 작년부터 부실한 것을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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