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는 태생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거리가 멀다. 다른 분야보다 까다롭고 엄격하게 ‘유행’을 관리하는 만큼 ‘환경(environmental)’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패션계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시즌이 지난 것들은 촌스럽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이월 상품’을 입으면 패셔니스타가 될 수 없다.
패션 브랜드에서는 저마다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매년 신상을 쏟아낸다. 심지어 희소성을 주요 가치로 여기는 명품 브랜드는 이름값을 지키기 위해 멀쩡한 재고 상품을 소각하기도 한다. 몇 년 전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400억원에 달하는 멀쩡한 의류와 화장품을 폐기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트렌드를 선도하며 ESG에 앞장서는 회사가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사회·지배구조뿐 아니라 회사의 사회적책임을 환경 분야로 확대하고 지역사회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ESG와 관련한 지속적인 활동을 실천하면서 ‘착한 패션’에 앞장설 계획이다.
ESG 노력, ‘통합 A’ 성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에는 ‘ESG’만 전담하는 곳이 있다. 2021년 7월에 신설한 ESG추진팀이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결정이다.
ESG추진팀은 총 3명으로 구성된다. 기존 실무 추진 부서에서 ESG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팀장급 2명(겸직)과 전담 부장급 1명이다. 이들은 ESG 경영전략 수립과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내재화를 통한 ESG 경영 고도화를 중점적으로 맡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1년 5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도 설립했다. ESG 경영전략과 성과, 계획 및 실적 등을 전문적으로 심의하고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등 지속가능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도 구축했다.
그 결과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3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 공표 결과’에서 ‘통합 A’ 등급을 획득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모든 분야에서 A를 받아야 가능한 등급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 상반기 중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ESG 경영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보고서를 통해 환경·사회·지배구조 각 분야에서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다 적극적이면서 선제적인 ESG 경영을 위한 전략 등을 공유한다.
택배 포장재 3분의 1로 감축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환경(E) 분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 보고서에 따르면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국민 1인당 연간 70개 이상 택배 박스를 이용하며, 택배 포장재 등 ‘폐지류 기타’ 배출량은 연간 21.1%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택배 이용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포장재 감축을 통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택배 포장재 사용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올해는 연간 종이 사용량을 기존 대비 32%(약 267톤) 줄일 예정이다. 이는 30년 수령의 소나무 약 4539그루를 보호하는 것과 같다.
자원순환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배송에 사용되는 모든 종이는 산림관리 친환경(FSC) 인증을 받은 소재로 생산하며, 별도 처리 과정 없이 종이류로 쉽게 분리배출할 수 있다.
또 30여 개 뷰티 브랜드의 화장품 용기는 공병 재활용 캠페인을 통해 관리한다. 2021년 10월부터 재활용 컨설팅 전문 기업 테라사이클과 협업해 브랜드와 구매처, 품목과 관계없이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 브랜드의 공병은 무료 교차 수거와 참여가 가능하다.
스킨케어, 보디, 클렌징, 헤어, 향수 등 공병 1개당 에스아이빌리지 1000포인트를 지급하며, 최근 기준 1톤 분량의 공병을 재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내 론칭한 프랑스 무알코올 비건 향수 브랜드 에르메티카 역시 포장재에 신경 쓰고 있다. 향수가 담긴 유리병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현지 조달한 재활용 유리와 모래를 사용해 프랑스에서 제작하며, 리필과 재사용이 가능하다. 포장재는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제작한다. 모든 제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으며, 동물성 유래 원료와 유전자변형생물(GMO)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친환경 제품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환경친화적 제품으로 제작한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와 세이브더덕, 스텔라 매카트니, 판가이아 등 수입 패션 브랜드와 다비네스, 컴포트존, 아워글래스 등 수입 뷰티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친환경 및 지속가능 컬렉션을 수입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친환경 상품의 매출은 2020년 39억원에서 2021년 49억5000만원, 2022년 151억3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2018년부터 사내에서 월평균 2만 개씩 사용하던 종이컵을 없앴고, 여주 물류센터 3개 동 중 1센터와 3센터는 지붕을 활용해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했다. 태양광발전소는 이산화탄소 578톤 절감, 석유 20만4000리터 대체, 어린 소나무 20만 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도 모든 분야에서 10%를 목표로 환경보호에 앞장설 계획이다. 올해 태양광발전 사용량은 지난해보다 약 10% 높은 3만5999kWh(시간당 전력량)로 늘리고, 온실가스배출량과 폐기물배출량 등은 전년 대비 10% 줄인다. 폐기물의 재활용은 10% 확대한다.
협력사 돕고, 소외된 이웃 돌보는 회사
사회 분야에서는 ‘상생’에 힘쓰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7년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동반성장팀’을 신설했다. 동반성장팀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 중이다.
동반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작한 동반성장아카데미와 수탁기업협의회는 협력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회사 간 신뢰를 높이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18년 사랑나눔 사회 공헌 대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상생협력’ 부문 장관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협력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3년간 협력 중소기업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총 283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익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을 통해 하도급, 위수탁, 납품, 용역 등 협력 거래에서 ‘대금 제대로 주기 3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를 운영해 거래 기간 중 납품단가 변동 요인 발생 시 인상분 반영을 위한 신속한 검토 및 상호 협의를 추진한다.
또 패션 산업 특성에 부합하는 양극화 해소 상생협력 모델을 도입해 ▲협력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지원 ▲협력 이익 공유 ▲지속가능경영 지원 ▲동반성장 펀드 조성 등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선순환 산업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해 협력사와 이익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13년 시작한 사회 공헌 활동 ‘SI 희망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따뜻한 SI 만들기’를 사회 공헌 테마로 정하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아이들이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지역아동센터와 작은 도서관 환경 개보수 지원, 아동 학용품 및 가구 지원, 의류 기증 등 실질적 기부와 기증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장점을 살려 도움이 필요한 기관에 의류와 물품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0억5000만원 상당의 의류와 생활용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며 취약 계층의 일자리 마련과 소외된 이웃돕기에 나섰다.
약 1200명의 임직원은 연간 평균 2~3회 국내외 아동을 위한 봉사활동 키트를 제작한다. 환경을 주제로 한 동화 팝업 북을 비롯해 자연분해 가능한 소재의 옥수수 양말 인형 코니돌, 폐지를 활용해 제작하는 페이퍼 캔버스, 아동의 발을 보호해줄 신발 폴짝 등을 만들어 사회복지 단체에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자사 립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크레용 세트를 기부하며 환경보호와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사회봉사, 개인 기부, 헌혈 등 봉사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임직원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데, 100마일당 1만원 상품권을 수령하거나 해당 금액을 기부할 수 있다.
영업이익 10%, 주주환원 재원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19년 주주 의결권 행사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주주들이 주총장까지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인터넷 전자 투표 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배당 정책 수립을 통해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2월에는 보통주 1주당 300원 현금배당(2022년 4월 주식액면분할 전: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는 보통주 1주당 1500원)을 결정하며 배당액을 전년 대비 36% 올렸다. 향후 배당 안정성을 위해 최소 3년간 주주환원 정책을 구체화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하고, 최저 배당액을 주당 240원(액면가 1000원 기준, 영업이익 857억 이하 시)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가 배당률은 2021년 0.7%에서 2023년 1.96%로 상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앞으로도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IR 활동과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감사위원회 활동을 공시하며, 재무적 부분뿐 아니라 비재무 리스크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검토를 거친다.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으며, 배당 정보나 이사회 정보에 대해 매년 공시하며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외 이사회의 전문성 및 다양성을 위해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이사회 성별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컴플라이언스 경영 실천을 위해 주기적인 경영 진단과 임직원 사내 캠페인을 진행하며, 개인정보 보호 활동을 위한 보안 교육과 실제 훈련 등을 연 3회 이상 실시 중이다. 여기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안전팀’과 협력해 협력사 안전성 평가 및 간담회를 실시하고, 협력업체 안전 역량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진단과 관리 및 평가 기준을 강화하며 좀 더 적극적인 컴플라이언스 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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