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코라빈. 코르크를 제거하지 않고 얇은 바늘을 꽂아 와인을 딱 한 잔 뽑아내는 기술이다. ‘최고급 와인을 보틀의 10분의 1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이유다. 이곳은 와인 소매점 와인나라로 유명한 1세대 와인유통업체 아영FBC가 운영한다. 이 회사는 침체한 와인 시장에서 전문업체의 노하우를 접목한 신개념 F&B(식음료) 레스토랑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22일 유통·주류업계에 따르면 아영FBC는 최근 3년 새 사브서울(신사동), 무드서울(세빛섬), 모와(명동), 클럽 코라빈 위드 떼레노(잠실) 등 서울에 레스토랑 일곱 곳을 잇달아 열었다. 이들 레스토랑에는 아영FBC가 37년간 와인을 수입하며 쌓은 노하우가 녹아 있다.
클럽 코라빈 위드 떼레노가 대표적이다. 와인을 글라스로 파는 곳은 많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 등 최고급 와인을 동일한 품질로 제공하는 곳은 드물다. 코라빈 기술을 개발한 미국 회사와 독점 계약해 국내에 들여온 덕분이다.
이 밖에 1600여 종의 와인으로 만든 터널(모와), 클림트 등 아트와인 전시장(사브서울), 한강에서 즐기는 와인(무드서울) 등 매장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췄다. 반응은 뜨겁다. 사브서울과 무드서울의 월평균 방문객은 각각 1800명, 1700명에 달한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코로나19를 거치면서다. 홈술 유행으로 와인 저변이 넓어졌다. 코로나19 이후엔 집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와인을 즐기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아영FBC가 2020년 사브서울을 시작으로 다시 F&B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사브서울이 ‘예약전쟁’을 치를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자 2021년 세빛섬 운영사 효성도 알짜 매장 자리를 아영FBC에 선뜻 내줬다.
F&B 사업은 ‘실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정점(7만6575t)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수입량은 7만1020t이었다. 이 기간 아영FBC 매출은 1010억원에서 124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도 475억원에서 581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영FBC 관계자는 “호실적은 레스토랑 사업 덕분”이라며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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