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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에탄올 함량이 높은 ‘E15 휘발유’(에탄올 함유량 15%)를 내년부터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일 년 내내 판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기 오염을 이유로 여름철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현 규제를 해제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부터 일리노이, 위스콘신, 미네소타 등 미국 중서부 주지사들이 요청해온 ‘E15 연중판매’를 시행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이 올 11월 대통령 선거의 격전지로 꼽히는 만큼, 대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콘 벨트(미국 옥수수 곡창지대) 표심을 의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부 주지사 손 들어준 행정부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4월 28일부터 미국 중서부에서 고(高) 에탄올 휘발유인 E15 휘발유를 여름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필요에 따라 임시로 판매 금지 면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연중 판매 허용으로 E10 휘발유(에탄올 함유량 10%의 휘발유)와 E15 휘발유는 동일한 규제 아래 놓이게 됐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에는 대부분 10% 안팎의 에탄올이 함유돼있는데, 함유량을 15%로 높인 E15의 경우 여름철에는 사용이 금지됐다. 스모그 현상을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미 전역에서 E15를 취급하는 주유소도 2500여곳(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미주리, 네브래스카, 오하이오, 사우스다코타, 위스콘신 등 미국 중서부 주지사들은 2022년부터 바이든 행정부에 E15 휘발유를 여름철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요청해왔다. 에탄올이 옥수수를 연료로 하는 바이오 연료인 만큼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에너지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중서부는 미국에서 옥수수 생산 대부분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두고 “에너지 정책이 선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스콘신과 미네소타는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의 격전지 중 하나여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료비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기후 및 농민 친화적인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선거철 정치가 워싱턴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는 반대
옥수수 생산지의 주장과 달리, 연료 정제업체, 파이프라인 운영업체 등 정유업계는 바이오 연료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새로운 유형의 휘발유에 맞춰 저장 탱크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이러한 투자 비용은 소비자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패트릭 켈리 미국 석유화학 단체 이사는 “이러한 변화는 전체 연료 공급을 줄이고 비용을 증가시키며 해당 지역을 공급 중단에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EPA 조사에 따르면 E15는 기존 휘발유 대비 생산비용이 갤런 당 2~12센트가 더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EPA는 “정유 업체가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휘발유 공급 감소로 연료 가격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시행일을 올해가 아닌 내년 4월 28일로 정한 배경이다.
반대로 제프 쿠퍼 미국 재생연료 협회 회장은 “2024년 여름 운전 시즌이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며 “올여름 소비자들이 저비용, 저탄소 휘발유에 차질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PA는 지난 2년간 여름철마다 한시적으로 E15 판매를 허용하는 긴급 면제를 발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올여름에도 동일할 조치를 취할 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EPA 관계자는 “계속해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에너지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필요한 경우 (면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겠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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