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잡이 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근 해역에서 끌어올린 오징어가 전년 대비 36% 넘게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대서양 등 먼바다에서도 오징어류 생산량이 전년 대비 35% 줄었다. 기후 변화가 한국 어업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3년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어업생산량은 367만8000t으로 전년(361만t) 대비 6만8000t(1.9%) 증가했다. 생산금액은 9조2884억원으로 전년(9조2494억원) 대비 390억원(0.4%) 늘었다.
전반적으로 해면양식과 내수면어업은 부진한 가운데 연근해와 원양어업 생산량이 선방했다는 평가다. 원양어업 전체 생산량은 2022년 39만9000t에서 지난해 95만6000t으로 6만7000t(7.6%)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정어리 생산량이 4만8000t으로 전년(1만2000t)보다 4배 급증했다. 붉은 대게 생산량도 같은 기간 2만4700t에서 3만1600t으로 27.9% 늘어났다. 지난해 멸치는 14만7800t이 잡혀 2022년(13만2200t)에 비해 1만5600t(11.8%) 늘었지만, 5년 평균치(17만500t)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국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는 씨가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연근해에서의 오징어 생산량은 2만3343t으로 전년(3만6578t) 대비 36.2% 줄었다. 최근 5년 평균(5만508t)에 비해서도 크게 부족한 수치다.
오징어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오징어는 날씨가 추워지는 매해 9월부터 다음 해 1~2월까지가 성어기인데,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오징어가 북쪽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분석이다.
해양수산부는 “10~12월에 동해 근해의 수온이 평년 대비 2~4도 높아 어군이 분산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인공위성으로 한반도 해역 표층 수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국 해역의 평균 표층 수온은 19.8도로, 199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먼바다도 사정이 비슷했다. 원양어업 분야에서의 지난해 오징어류 생산량(생산금액)은 3만1511t(1963억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3만5074t(1398억4900만원)에서 2021년 7만3867t(4763억51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4만8133t(3022억5200만원)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든 수치다. 해수부는 “기후 변동으로 남서 대서양 해역의 오징어 어황이 저조해졌다”고 했다.
해수부는 연근해 어업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안에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발전법’을 제정하고, 총허용어획량(TAC) 전면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양어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해외어장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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