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장에서 경비 아저씨께 한 소리 들었어요. 파 뿌리, 복숭아 씨앗, 컵라면 용기는 일반쓰레기라면서요. 환경 생각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분리수거하려 하는데 기준이 참 헷갈리네요."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만난 20대 김모 씨는 "분명 나만 분리배출 기준이 헷갈리는 건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결국 이 오피스텔 쓰레기장엔 분리배출에 관한 현수막이 붙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1995년,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오랜 역사에 비해 도 시민들이 여전히 쓰레기를 잘못 배출하는 데에는 '어려운 배출 기준'이 한몫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종량제봉투에 플라스틱이나 음식물이 섞여 잘못 배출되는 생활계 폐기물은 5년 새 29.5%(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기준) 증가했다.
가장 헷갈린다는 말이 나오는 품목은 과일 껍질이다. 귤껍질과 같이 대부분의 부드러운 과일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해야 하지만 견과류 껍질, 코코넛, 파인애플 껍질, 복숭아 씨앗 등은 일반 쓰레기에 해당한다. 반면, 수박 껍질은 단단한데도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한다.
치킨 뼈, 감자탕 뼈도 살점은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한 뒤, 뼈만 깨끗하게 발라 배출해야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 있다.
일부 쓰레기 배출 기준은 지역마다 달라 더 큰 혼란을 낳고 있다. 서울에선 양파 껍질, 마늘 껍질, 생선 뼈 등이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고 있으나 강원 춘천에선 음식물쓰레기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쓰레기 배출 방안이다. 예컨대 지난해까지는 페트병은 별도의 구분 없이 '페트(PET)'로 분리 배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생수병과 같이 무색투명한 페트병은 세제나 샴푸병과 같은 유색 페트병과 별도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
일각에선 분리수거 배출 기준이 다른 이유에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쓰레기 분류업체의 관계자는 "지자체나 아파트는 폐기물 수거 업체와 별도로 계약을 맺는데, 이 수거업체의 장비, 기술력, 인력 등의 여건에 의해 분리배출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4월 전국폐기물통계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일회용품 무게·재질·색상 기준을 마련해 재활용을 쉽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관계자는 "음식 폐기물은 지자체별로 수거 후 사료, 퇴비, 바이오가스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지자체마다 음식 폐기물의 재활용 목적과 처리 시설이 달라 폐기 가능 항목도 상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역별로 기준이 통일돼야 한다는 것에는 정부 차원에서도 공감한다"며 "3월 중으로 각 지자체 관계자들과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