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를 샀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됩니다.”
“3년 전에 3억 넣었는데 아직도 마이너스입니다. 8만전자는 대체 언제 오나요.”
강남아파트보다 단단하다던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랠리’에서 왕따 신세다.
주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삼성전자를 손절매하고 다른 주식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의 투자 의견도 엇갈린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7.1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는 58.59% 폭등했고 SK하이닉스도 14.06%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낯선 풍경이다. 과거에는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먼저 오르고 SK하이닉스가 뒤따라 가는 흐름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강남아파트처럼 사놓고 잊어버리면 언젠간 오르는 주식’이란 믿음도 깨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찍었던 고점(9만6800원)을 3년 넘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번째 원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챗GPT발 ‘AI 바람’에 있다. 생성형 AI에 활용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HBM은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용량을 높인 제품이다. 가격은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비싸다.
현재 SK하이닉스만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최근 반도체(DS) 부문 각 사업부 에이스 직원 100여 명을 차출해 ‘HBM 원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은 SK하이닉스에 뒤처져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두번째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중국경기에 있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증감율은 지난해 12월 하락 전환했다. 이에따라 스마트폰 PC 등 IT 수요도 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주는 역사적으로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IT 수요와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지만 삼성전자는 중국 IT시장 외에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과거 10년 평균보다 약 30% 낮은 수준”이라며 “매도해도 실익이 없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 증시는 반도체 외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업종이 없다”며 “외국인이 올들어 삼성전자 1종목만 2조5000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기관 수급만 균형이 맞춰지면 작은 호재에도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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