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나 안다. 태양이 빛을 내는 건 핵융합의 결과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 과학자들은 ‘인공 태양’을 만드는 일, 다시 말해서 핵융합 발전에 인류의 미래를 걸고 있다. <태양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와 역사, 현황을 다룬 책이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썼다. 핵융합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인에겐 상당히 좋은 입문서다.
핵융합은 고에너지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원자핵들이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반응을 말한다. 태양에선 4개의 수소 원자가 합쳐져 하나의 헬륨 원자가 만들어진다. 이 헬륨 원자 질량은 4개의 수소 원자보다 0.8% 적다. 줄어든 질량만큼 에너지가 방출된 것이다.
핵융합은 장점이 많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방사성 폐기물도 생기지 않으며 폭발 위험도 없다. 대신 만들기가 어렵다. 태양은 사실 고온의 플라즈마가 공처럼 뭉쳐 있는 것이다. 플라즈마는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려고 하는데 거대한 태양의 중력이 이를 붙들고 있다. 또 태양은 엄청난 중력 덕에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온도에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
양전하가 서로를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고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엄청난 고온과 중력 중 하나가 필요하다. 지구 중력은 강하지 않기에 섭씨 1억도 이상의 온도가 요구된다. 고온의 플라즈마가 흩어지지 않게 자기장으로 이를 가두는 장치도 필요하다.
한국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주축이 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이터) 프로젝트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저자는 “ITER는 21세기 과학의 총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며 “ITER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운전할 수 있게 되면 핵융합 상용화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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