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가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대학병원 전임의(펠로), 교수까지 집단행동 동참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정부는 보건의료재난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면서 사실상 의료시스템 붕괴를 앞둔 위기 상황이라고 공표했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 등에 대한 처벌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의료계에선 이번 주말과 다음주 초를 사태 해결의 분수령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전공의가 현장에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가겠다면서도 정부 측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전공의와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순천향대병원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의대 증원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부당한 조치가 취해지면 교수들도 그들 편에 서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형사고발 등 추가 대응하는 시점을 이번 사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제자인 전공의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의 처벌 압박이 이어지면서 일부 전공의가 돌아오고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한 곳의 학생 346명은 휴학계를 철회했다.
2000년 의약분업 땐 의사파업 사흘 만에 교수까지 집단행동에 참여하면서 의약정 합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까지 145일이 걸렸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의사들이 거리로 나온 2020년엔 보건복지부가 사태 발생 1주일 만에 전공의를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90분 만에 방침을 철회했다. 당시엔 교수들의 참여 없이 전공의들이 18일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사태가 전공의 고발로 번지면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 등의 근로계약이 끝나는 이달 말께 대학병원 의사 인력이 추가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시기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전공의 3~4년 차의 계약이 마무리된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인턴이 돼 병원에서 수련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3월 초부터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남아 있는 전공의와 전임의가 줄줄이 의료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의사단체의 엘리트주의와 특권 의식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대한민국 그 누구도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달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의료계에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그는 “의사단체의 이런 발언이 지속되면 앞으로 해야 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수가 인상 등에 어떻게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김택우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박 차관과 함께 TV토론에 나서 “대한민국은 외국과 비교해 의료이용 횟수가 세 배”라며 “과도한 의료 이용 횟수를 줄이면 오히려 의사 수를 감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복지부는 의사 파업 장기화에 대응해 의료 인력 인건비 등 예비비 협의에 들어갔다.
이지현/이영애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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