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와 의료계 안팎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단체의 주장과 다르게 집단사직한 전공의에게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용진 서울대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SNS에 올린 ‘전공의 선생님들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전공의 중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병원으로 돌아와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권 교수는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다.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에 반발해 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은 전력이 있다. 대정부 투쟁 경험이 있는 의사 선배의 조언은 의료계 등에 회자되며 화제를 낳았다.
권 교수는 보건의료재난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정부가 강력한 행정처분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것이 중요한 쟁점”이라며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해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행정처분 기록은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닌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권 교수의 시각에 동조하는 견해가 많다.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1개월이 지나서야 사직서 제출 효력이 발생한다는 근거에서다. 민법에서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경우 제출 1개월 이내는 근로관계가 유효하다고 인정된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은 전공의 사직이 아니라 ‘근무지 무단이탈’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조계는 업무개시명령 조항의 ‘위헌결정’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개시명령이 제한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직업 행사의 자유”라며 “직업 행사의 자유는 비교적 가벼운 기본권으로 보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의 생명권이 더 중요한 권리로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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