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 기업이 개발한 달 탐사선이 달 착륙에 성공, 우주 탐사 역사를 새로 썼다. 정부가 아닌, 기업의 착륙선이 달에 내려앉은 첫 사례다. 민간 기업이 달 개척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우주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는 자사의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노바-C)가 미국 중부시간 기준 22일 오후 5시23분(한국시간 23일 오전 8시23분)께 달 남극에서 300㎞ 떨어진 ‘말라퍼트 A’ 분화구에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스티븐 알테무스 인튜이티브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어려운 과정을 거쳐 우리는 달 표면에 도착했고, 안정된 신호를 송신 중”이라며 “달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he moon)”고 말했다. 착륙 직후에는 오디세우스가 발신한 ‘월면 안착’ 정상 신호가 잡히지 않아 관제실 주변에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착륙 15분 뒤 해당 신호가 수신됐고, 달 착륙 사실이 확인되자 관제실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디세우스가 말라퍼트 A에 착륙한 것은 분화구에 얼음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이 지점은 역대 달 착륙선이 방문한 곳 중 최남단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0년 후 우주비행사를 보낼 후보지로 고려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영구 음영 지역에 있는 분화구에 물이 언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리 글레이즈 NASA 행성 과학 책임자는 “(물 존재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만약 진짜 물이 발견된다면 달 탐사 시 가져가야 할 물질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얼음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고 연료와 우주비행사의 호흡을 위해 필요한 산소와 수소를 추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디세우스는 지난 15일 플로리다주의 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 계획대로 우주를 순항해 21일 오전 달 궤도에 진입했다. 이어 발사 후 약 1주일 만에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이번 착륙으로 미국은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이후 약 52년 만에 자국의 우주선이 달에 도달했다.
오디세우스는 ‘세계 첫 민간 달 착륙선’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지금까지 달에는 미국과 옛 소련, 중국, 인도, 일본이 무인 또는 유인 착륙선을 보냈다. 이는 모두 정부가 주도한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NASA 재정을 지원받아 민간이 주도해 제작한 달 착륙선이다. 오디세우스는 높이 4.3m, 지름 1.6m, 무게 675㎏의 육각형 원통형으로, 공중전화 부스 정도 크기다. 몸체에는 식탁 다리를 연상케 하는 착륙용 지지대 6개가 연결돼 있고, NASA가 제작한 관측·탐사 장비 6개가 탑재됐다.
오디세우스의 이번 임무는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와 연계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환이다. CLPS는 NASA가 여러 민간 기업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무인 달 탐사를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22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달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이번 착륙은 역사상 가장 근접한 달 남극 착륙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며 “내년에 시작될 바이퍼(달 남극 탐사 로봇) 미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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