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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과 함께 유럽 증시도 파죽지세다. 미 S&P500지수에 대응되는 스톡스유럽600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월가에선 ‘비만약 열풍’을 일으킨 노보노디스크부터 명품 대장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까지 유럽 랠리를 이끄는 11개 기업에 주목한다. 미국에 ‘매그니피센트 7’, 일본에 ‘사무라이 7’가 있다면 유럽엔 ‘그래놀라즈’(Granolas)가 있다는 평가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영국 제약사 GSK와 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Nestle)와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프랑스 뷰티 기업 로레알(L’Oreal)과 명품업체 LVMH,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 SAP,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 등 11개 기업 이름의 앞 글자를 차례로 따 그래놀라즈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래놀라즈는 지난 1년 간 스톡스유럽600지수 상승분의 절반을 책임지며 매그니피센트 7 못지않은 저력을 냈다. 스톡스유럽600지수가 7.5% 오르는 동안 그래놀라스 주가는 18% 뛰며 증시 전반을 떠받쳤다. 비만약의 성공으로 주가가 무려 69% 상승한 노보노디스크가 대표적이다. 이에 힘입어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43%(2.15포인트) 오른 497.25에 마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톡스유럽600지수 구성 종목에서 그래놀라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약 15%에서 현재 25%까지 올랐다. 매그니피센트 7이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28%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래놀라즈는 기술주 위주인 매그니피센트 7보다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변동성도 비교적 낮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20배로, 30배 수준인 매그니피센트 7보다 낮아 상승 여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주식 전략 책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으로 기술 기업들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커지는 동안 유럽에선 각종 규제와 유가 하락으로 은행과 에너지 기업들이 주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며 “이제는 아주 잘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평했다.
일부 대기업에 대한 자금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낮아진 탓에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우량주 투자를 선호하는 지수 추종형 패시브 펀드의 인기도 기업 간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영국 투자은행(IB) 리버럼의 전략 책임자 요아킴 클레멘트는 “패시브 투자 붐은 메가캡(대형주) 주가를 계속해서 밀어 올릴 것이며, 당분간 추세의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래놀라즈와 같은) 헤비급 기업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실망시키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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