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이 기존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적 부실을 양산할 수도 있다. 맹목적 기대보다는 부정적 효과를 억제할 대책이 필요하다.”
1호 인터넷은행 출범 직전인 2016년 한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의 등장을 미꾸라지 정도로 취급했다. 7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메기로 진화한 인터넷은행이 금융시장 게임의 룰을 새롭게 정의하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급 흥행에 금융권이 바빠졌다. 신한은행이 뒤이어 세계 30종 통화를 구매할 때 수수료가 없는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이 직접 유튜브에 출연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쳤다.
기존 하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보유하고 있던 하나은행은 카드를 즉시 발급해주는 점포를 주요 거점 61개에서 전국 영업점(593개)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외화통장을 내놓기 위해 사업 계획까지 손질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초 오는 12월 내놓을 예정이던 상품을 앞당겨 출시하게 됐다”며 “환전수수료가 없는 통장과 체크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행도 KB국민카드와 협업해 4월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 전까지 고객을 모으기 위해 수수료 100% 우대 쿠폰 증정 이벤트도 펼쳤다.
농협은행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카카오뱅크가 26주 적금, 모임통장 등으로 고객몰이에 나섰을 때와 달리 인터넷은행이 선제적으로 선보인 상품을 전 은행권이 앞다퉈 출시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자가 낮은 저원가성예금 부문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작년 5대 은행은 저원가성예금이 7조5430억원 감소한 반면 모임통장 등 혁신적인 상품으로 자금을 확보한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5조6870억원이 늘었다.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 대신 출범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곳 중 카카오뱅크만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달성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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