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열린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이달 네바다와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5연승을 이어갔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가 태어난 곳이자 하원의원 및 주지사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면서 대선행을 굳히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7시 경선 투표가 마감되자마자 CNN과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해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시작 5분 만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선거 본부에서 승리 연설에 나서 “이것은 기록적인 승리”라며 자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11월 5일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의 눈을 바라보고 ‘당신은 해고다. 나가라’고 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는 해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진행자로 활약한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서 유행시킨 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곧바로 다시 일해야 한다”며 “미시간 경선과 ‘슈퍼 화요일’이 오고 있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전체 대의원 3936명 중 1420명(36%)을, 공화당은 전체 대의원 2429명 중 875명(약 36%)을 3월 5일 예정된 슈퍼 화요일 선거 결과에 따라 각 주자에게 배정한다. 이때 1위를 한 주자가 대선 후보로 굳어진다. 공화당은 이후 △3월 12일 조지아 하와이 미시시피 워싱턴 4개 주 △3월 19일 애리조나 플로리다 일리노이 캔자스 오하이오 5개 주 △3월 23일 루이지애나까지 경선을 치른다.
남은 경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참여를 고집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과 관련한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이 중 성 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한 형사 재판 절차가 다음달 25일부터 시작된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헤일리 전 대사가 1150만달러를 모금해 트럼프 전 대통령(880만달러)의 모금액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또 24일 공화당 프라이머리가 진행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광고비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000만달러 이상 많은 114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기부자 5만5000명이 헤일리 캠프에 200달러 이상씩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률 비용으로 너무 많은 정치 자금을 쓰고 있고, 소액 기부가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부금 액수나 기부자 수에서 모두 밀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바이든 캠프는 5600만달러(약 746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트럼프 캠프는 현금 보유액이 3050만달러(약 406억원)에 그쳤다. 기부자 수도 작년 11월 기준 바이든 캠프가 17만2000명으로, 트럼프 캠프(14만3000명)를 앞질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원은 “기부자들은 변호사 비용을 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는 데 기부금이 쓰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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