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가를 끌어올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직접 나선 바탕엔 총선을 앞두고 개미들 표심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미국과 일본 등의 증시가 최근 사상 최고 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한국은 게걸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미들 사이에선 한국 증시를 떠난다는 의미의 ‘국장 탈출’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3주간 8조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다. 정부는 기업의 주주환원 노력이 부족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했고 개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적 원인은 기업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 ‘관(官)’에 있다. 당장 상장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자사주 외엔 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생기므로 대주주들은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 때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한다. 관은 그간 기업들의 요청에도 미국 유럽 등지에는 있는 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지 않았다. 특정 주주 주식에 의결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인 ‘황금주’, 경영권 분쟁 때 대주주가 싼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는 ‘포이즌 필’ 등이 그런 수단이다. 정부든 국회든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높아지는 상속세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관이 사사건건 시장이나 기업에 개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시작된 전기료 인상 억제 때문에 한국전력은 적자가 44조원이나 쌓여 있다. 정부의 직간접 압박 때문에 은행들은 금리와 수수료, 통신회사들은 통신료를 맘대로 책정하지 못한다. 한국엔 아직도 관치의 영역이 수두룩하다. 주가가 100년 이상 건실하게 상승한 미국은 정부 개입이 가장 적은 국가다.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정부가 나서서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증시 부양책’도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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