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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광물 투자회사 설립
니켈 파생 투자에서 실패한 뒤 전략 바꿔
헤지펀드 엘리엇이 광물 기업 인수에 나선다. 니켈,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광물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주가가 하락한 관련 기업을 저가 매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2022년 봄 니켈 파동과 관련해 런던금속거래소(LME)와 소송전 끝에 작년 말 패소하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금속 원자재 시장 접근 방법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대형 자산운용사 등 대다수가 광산업을 외면했지만, 엘리엇뿐만 아니라 오리온 리소스 파트너스, 애피안 캐피털과 같은 사모펀드들은 반대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부 국부 펀드도 에너지 전환 광물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마나라 광물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광산기업 전 CEO 영입한 엘리엇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광산기업 인수를 위한 투자사를 설립 중이다. 엘리엇은 작년 뉴몬트에 인수된 금광 기업 뉴크레스트 마이닝의 전 최고경영자(CEO) 산딥 비스와스를 영입, 설립 중인 투자사 '하이페리온'의 대표로 내세웠다. 인도계 호주인인 그는 광업 분야 베테랑이자 딜메이커로 유명하다. 뉴크레스트에서 재임하던 때 비핵심 자산을 활성화해 수익을 크게 늘린 점을 눈여겨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뿐만 아니라 비금속과 귀금속을 포함한 모든 광물 자산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예정이다. 원자재 시장은 경기의 크게 영향을 받는 탓에 기관 주주들이 이 부문에 대한 노출을 줄이면서 광업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에 타격을 받았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에 투자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와 지정학적 변동성,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친환경 인프라와 전기차가 보급되는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FT는 "엘리엇의 움직임은 거시경제 약세로 금속 가격이 하락한 시점을 노린 것"이라며 "향후 광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재생 에너지 및 전력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번엔 장기적으로 본다
엘리엇의 광산 부문 투자 결정은 지난 12월 런던금속거래소(LME)와의 재판에서 패소한 뒤에 나와 눈길을 끈다. 엘리엇은 2022년 니켈 원자재 파생상품 투자를 하다가 4억6500만달러를 떼먹혔고, LME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패소했다.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2022년 3월 LME에서 니켈값이 이틀간 250% 급등해 t당 10만달러를 넘었다. 그전까지 공급과잉을 예상하고 니켈 공매도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숏커버링을 하느라 연쇄 파산이 눈앞이었다. 그러나 LME는 120억달러 규모의 수천 건의 니켈 거래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라는 명목이었다. 이 와중에 반대 포지션을 잡았던 엘리엇은 돈 벌 기회를 놓쳤다고 소송을 건 것이다. 엘리엇은 LME가 거래소의 권한을 불법적으로 남용했다고 비난했지만, 영국 법원은 LME의 손을 들어줬다. 불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법원 조나단 스위프트 판사는 판결문에서 “시장 질서를 평가할 때 고려할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관련해 LME의 재량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도박에 비유하면 게임의 방식을 정하는 것은 하우스 주인의 판단이란 얘기다. 소송 결과와 별개로, 엘리엇은 이번이 광물자원 시장에서 돈을 벌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엘리엇은 이번엔 단기 차익을 노리거나 투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650억달러의 전체 자산을 활용해 큰 규모의 거래에 참여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빅딜을 위해선 공동 투자자와 협력할 수도 있다고 엘리엇과 가까운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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