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선모씨(37)는 출근 전 아내의 부탁을 받았다. '이번엔 꼭 잊지 말고 청약에 넣어보라'는 내용이었다. 작년 93만명이 몰렸던 동작구 무순위 청약은 일하느라 바빠 청약 신청을 하지 못해서다. 선씨는 "남들 다하는 '로또 청약'인데 이번엔 넣어보려 한다"고 귀띔했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줍줍)에 101만명이 넘게 몰렸다. 역대 가장 많은 청약자를 기록한 지난해 93만명(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을 웃돈다. 수년 전 분양가로 나와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면서 청약자가 몰려들었다. 한꺼번에 청약자가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가 지연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이파크 퍼스티어는 이날 무순위 물량 3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다. 3가구 모집에 101만3456명이 몰려 평균 33만7818만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구별 청약 경쟁률을 살펴보면 전용 34㎡A가 1가구 모집에 17만2474명이 몰려 17만2474대 1, 전용 59㎡A 1가구 모집에 50만3374명이 신청해 50만3374대 1, 전용 132㎡A 1가구 모집에 33만7608명이 도전해 33만7608대 1을 각각 기록했다.
역대 최다 청약자 기록을 갈아 치웠다. 기존에 가장 많은 청약자가 나왔던 단지는 지난해 6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였다. 무순위 물량 1가구와 계약취소주택 1가구 등 2가구 모집에 93만4728명이 몰려 46만736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역시 6억원 이상 시세 차익이 기대됐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차익이 기대된다. 분양가는 전용 △34A㎡ 6억7000만원 △전용 59A㎡ 13억2000만원 △전용 132A㎡ 22억6000만원이다. 4년 전 분양할 당시 수준대로 책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12월에 22억198만원에 팔렸다. 분양가 대비 약 9억원 높다. 전용 132㎡는 지난달 49억원에 손바뀜해 시세 차익이 20억원을 웃돈다. 전용 34㎡는 실거래가 7억원대 초반에 이뤄지고 있다.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 공고가 나온 이후 청약을 묻는 내용의 문의가 상당히 많았다"며 "전세를 놓아 잔금을 낼 수 있는지, 전셋값은 얼마인지, 거래는 활발한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연일 관심을 받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은 "이런 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넣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선당후곰'(당첨되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말이 딱 맞는 청약이다. 일단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첨자 발표일은 오는 29일이다. 당첨되면 계약할 때 10%를, 오는 6월 초 나머지 잔금인 90%를 납부하면 된다. 전용 59㎡ 기준 계약금은 1억2900만원, 잔금은 11억6170만원 수준이다.
한편 이날 오전 청약을 진행하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서는 접속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구 청약이다 보니 관심 있는 예비 청약자들이 한 번에 몰리면서다.
이날 오전 9시 청약이 시작된 이후 오전 내내 청약자가 몰리면서 적게는 수분에서, 많게는 수십분씩 기다리는 청약자들이 발생했다. 오후엔 일부 대기 인원이 해소되면서 홈페이지, 앱(응용프로그램) 등이 원활하게 작동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