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왔어요"…체크인만 한 시간이라는 '신상 호텔'

입력 2024-02-26 15:28   수정 2024-02-26 18:29


“요즘 SNS에서 하도 유명하길래 주말에 눈 뜨자마자 아이들과 판교에서 왔어요.”

24일 오전 11시 인천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만난 30대 이 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리조트기업 모히건이 2조원(외국인직접투자액 포함) 넘게 들여 만든 이곳은 요즘 주말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높이 25m, 길이 150m에 달하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거리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통로가 인파로 꽉 차고, 5성급 호텔은 체크인에만 1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국내 첫 미국계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의 등장으로 영종도의 럭셔리 카지노·리조트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인스파이어는 다음달 그랜드 오픈을 통해 ‘국내 대표 복합리조트’로 거듭나겠다는 목표고, 현재 1위인 파라다이스시티는 이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두 리조트의 거리는 차량으로 10분밖에 걸리지 않아 VIP 고객·인력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라다이스, 1위 자리 흔들리나

26일 모히건에 따르면 인스파이어는 다음달 5일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진행한다. 현재는 호텔, 아레나 공연장, 카지노 등 일부 시설만 열려있다. 이 중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은 인근 파라다이스시티엔 없는 시설이다. 국내에 19년 만에 생긴 외국인 전용 카지노, 5성급 호텔의 규모도 파라다이스시티를 압도한다. 인스파이어는 다음달 복합쇼핑몰을 추가로 열고, 올해 중순까지 1000석 규모의 푸드코트, 실외 테마파크 등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국내 1위 파라다이스시티의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스파이어는 벌써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인력과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스파이어가 연봉을 대폭 올려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카지노 딜러, 호텔리어 등 많은 인력을 데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인스파이어는 서울 강남역, 홍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대대적 옥외광고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증권가에서 파라다이스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는 배경이다.



승패를 좌우하는 건 ‘카지노 VIP가 얼마나 오느냐’란 분석이 나온다. 카지노는 객실 매출이 한정돼있는 호텔 사업과 달리, ‘천장이 없는 비즈니스’로 불린다. 한 사람이 수십억~수백억원을 쏟아부어 하루 만에 매출이 확 뛰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파라다이스는 매출 9942억원 중 75%(7430억원)가 카지노 매출이었다. 업계에선 인스파이어가 국내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앞세워 파라다이스시티의 VIP 고객을 뺏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파이 키우기’ 긍정적 효과도”


파라다이스시티도 가만 있을 리 없다. 파라다이스는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트립닷컴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중국 VIP뿐 아니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신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일각에선 둘 사이의 경쟁이 ‘파이 뺏기’가 아니라, ‘파이 키우기’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스파이어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고객군이 유입되면 국내 복합리조트 산업 자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스파이어의 아레나 공연장을 활용한 K팝 공연 등으로 관광객을 더 끌어올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럭셔리 복합리조트 전쟁’은 국내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일본 금융사 오릭스는 미국 MGM리조트인터내셔널과 손 잡고 오사카 유메시마 인공섬에 ‘일본 1호 카지노 리조트’를 짓고 있다. 2029년 가을 개장이 목표다. 그간 카지노 사업을 엄격히 금지했던 아랍에미리트(UAE)도 최근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카지노·리조트 시장은 2022년 1910억달러(약 255조원)에서 2033년 3214억달러(약 42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샌즈, 센토사에 럭셔리 카지노를 세운 후 4년 만에 관광·오락 부문 수입이 27배 증가했다”며 “한국도 복합리조트를 본격적으로 키워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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