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정성문 지음, 예미·사진)는 지금으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세상을 상상해 쓴 사회과학소설이다. 통계청이 예상하기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게 된다는 2060년이 배경이다.
소설 속 새로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고령층에 대한 연금 지급과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고 나선다.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에 의존해 살던 노인들은 순식간에 생활이 어려워졌다. 무료 급식소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줄이 길어져만 갔다. 아침을 먹고 나면 바로 점심 줄을 서야만 제때 끼니를 먹을 수 있었다.
소설의 배경은 2060년의 이름 모를 한 공화국이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내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 7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78.8명 수준으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높다.
소설의 후반부는 더 파격적이다. 참다못한 이른바 ‘앵그리 실버’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거리의 노인들을 무력으로 진압한다. 마침내 노인들은 노인만을 위한 나라를 따로 세워 독립하기에 이른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국가다.
책은 초고령화 사회의 단면, 단면을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성(性), 존엄사 등 여러 노인 문제를 다룬다. 결혼 30주년에 다다르면 부부에게 혼인 관계 유지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혼인 정년제’는 그럴듯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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