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 때문에 수십 년간 개발이 가로막혀 있었는데, 앞으로 토지나 건물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서울 강남구 세곡동 주민)
정부가 26일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7배(339㎢)에 달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방침을 밝히면서 해당 지역에서 군 당국의 허가 없이 건물 신축과 증축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군 비행장 주변과 북쪽 접경지역 등 낙후지역의 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체 해제 대상지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경기 성남시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이 수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서산에서 열다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주민 수요를 검토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2015년 이후 9년 만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 이어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단행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기지 등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군사기지법)에 따라 지정·고시하는 구역을 뜻한다. 전체 국토 면적의 8.2%인 8240㎢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국방부는 이날 전국적으로 339㎢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제하더라도 작전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역, 주민 불편에 따른 민원이 있는 지역 위주로 해제를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군 비행장 주변 보호구역’이 287㎢로 가장 넓다. 서산과 경기 성남 등 7개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어 강원 철원 등 접경지역 네 곳(38㎢)과 경기 평택 등 민원이 있는 보호구역(14㎢) 순이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서울과 경기의 보호구역 해제 면적이 177㎢(52%)로 절반을 넘는다. 서울에선 개포동과 내곡동, 가락동 일대 등 강남 3구의 46.4㎢가 해제된다. 성남에선 분당구 백현동과 수정구 고등동 일대 등을 포함해 총 71.5㎢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풀린다. 하남(3.6㎢), 과천(9123㎡) 등도 해제 대상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 비행제한구역 규제를 완화하면서 인근 지역이 수혜를 보게 됐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경기 포천(20.8㎢), 양주(15.6㎢), 연천(11.9㎢), 가평(10.4㎢)과 강원 철원(3㎢) 등 북부지역 도시도 군사시설보호구역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충청권에선 서산(141㎢)과 세종(13.3㎢), 충북 진천(0.9㎢) 등이 규제 완화 대상에 올랐다.
강남권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리는 세곡동, 수서동, 내곡동 일대와 성남 분당 등 입지 경쟁력이 탄탄한 곳의 호재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함영진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공항 인근은 강남 세곡지구와 성남 고등지구 개발 등과 맞물려 관심을 끌 것”이라며 “SRT(수서고속철도)가 지나는 수서역과도 가까워 상가나 주거시설 개발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도 호재 지역으로 꼽힌다. 고덕신도시 내 민세초교는 그동안 학교 부지 일부가 인근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돼 개교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올해 9월 학교 문을 여는 게 가능해지게 됐다.
이인혁/김동현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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