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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열 배터리’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에너지 회사 아람코 등 ‘큰손’들이 친환경 에너지로 열을 저장하는 열 배터리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블랙록, 브레이크스루에너지, 넥스트에라에너지 등은 지난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기후기술 스타트업 안토라에너지에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캐피털(VC)이다. 2018년 설립된 안토라에너지는 친환경 전기로 고체 탄소를 가열해 열에너지를 저장해두는 기술을 개발해 작년 하반기 상업화에 성공했다.
열 배터리는 한국의 온돌처럼 가열해 열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다. 현재 개발된 기술력으로 최대 100시간 내외로 고온을 유지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적 컨테이너 크기만 한 초대형 토스터가 태양 표면온도의 4분의 1에 달하는 1510도까지 달아올라 철강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철강 등 중공업 분야는 제조 공정에 고온의 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등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열 배터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WSJ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태양광·풍력 전기가 저렴해진 덕분에 열 배터리 가격이 천연가스같이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열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원자재를 사용해 열 배터리 제조 원가를 절감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열 배터리 기업인 론도에너지는 지난해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주의 한 바이오연료(에탄올) 공장에 열 배터리를 판매했다. 이 회사는 점토 벽돌을 축열재로 사용하는 설립 5년 차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MS, 아람코, 리오틴토 등으로부터 6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태국 시암시멘트와 손잡고 메가팩토리를 세우고 있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이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탄소 배출에 부과되는 비용이 비싸지면 열 배터리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2022년 360억달러이던 열 배터리시장 규모가 10년 안에 91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 열 배터리
암석, 용융소금 등 저장 매체(축열재)를 가열해 열에너지를 저장한 뒤 고열이 필요할 때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에너지저장장치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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