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의료개혁안에 반발해 사표를 내고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오는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공표하면서다. 정부는 진료지원인력(PA·임상간호사) 시범 사업에 들어가는 등 사태 장기화 대비를 위한 추가 대응에 나섰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오후 7시 기준 국내 100개 대학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이 집단사직에 참여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지만 72.3%인 9006명이 의료 현장을 떠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공의들을 향해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기한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는 전공의에겐 현행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런 요청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다음달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 등 사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형사고발 등 추가 사법 처리에도 나선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면허정지 처분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 취업 등 이후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공의가 한국 의사 면허를 포기하고 미국 면허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 처벌이 본격화되면 이런 절차도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정부는 이달 말을 사태 해결 최종 시한으로 정하면서도 의료계와 계속 대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의료계에서 다양한 단체가 중재에 나선 데 대해 ‘전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물러설 것이라면 시작도 안 했다”며 전공의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개혁안 ‘원점 재검토’를 요청한 의협 비대위는 일선 대학에 추가 정원 배정을 신청하지 말아 달라고 압박했다. 교육부가 국내 40개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본부에 요청한 증원 수요 제출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다. 이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신청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전국 대학·종합병원 근무 간호사를 대상으로 27일부터 PA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여덟 개 시립병원을 보유한 서울시도 재난관리기금 26억원을 대체인력 충원에 쓰기로 했다. 전공의 공백이 있는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은평병원 등 세 곳에 45명을 병원장 재량으로 즉각 충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지현/오현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