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두각을 보이는 슈퍼앱은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한 슈퍼쏠’이다. 앱 시장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이 앱은 지난달 신규 설치 건수가 96만 건을 기록했다. 삼쩜삼, 우리원뱅킹, 카카오뱅크, 토스 등을 뒤로 밀어내고 금융 분야 앱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앱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만 214만 명이 나왔다. 출시 한 달 만에 낸 성과다.
슈퍼앱은 각종 서비스를 한데 묶어 제공하는 앱이다. 메신저, e커머스, 기부 활동, 게임 등의 서비스를 공급하는 카카오톡이 대표적인 국내 슈퍼앱으로 꼽힌다. 특정 산업군 내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경우도 슈퍼앱으로 분류된다. 금융사인 신한금융그룹은 은행 계좌이체, 카드 발급과 청구대금 결제, 주식 거래, 보험 가입·청구, 예·적금 가입과 대출 등의 업무를 앱 하나에 넣었다. 기존엔 계열사별 앱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들이다.
다른 금융사도 슈퍼앱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올 11월 슈퍼앱 뉴원뱅킹을 출시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은 6개 계열사의 업무 70여 개를 처리할 수 있는 앱 KB스타뱅킹을 2021년 내놨다. 빠른 출시에 힘입어 KB스타뱅킹은 지난해 말 1200만 명이 넘는 MAU를 확보했다. 시중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사 앱 중에선 최대 규모다. 하나금융그룹도 하나원큐로 슈퍼앱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슈퍼앱을 내놓는 데엔 마이데이터 기술이 고도화한 점이 한몫했다.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통합 관리가 쉬워지면서 은행, 보험사, 카드사, 공공기관, 병원 등에 흩어져있던 개인정보를 저비용으로 일괄 확인하는 게 가능해졌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송금 앱에서 슈퍼 앱으로 변신에 성공한 비바리퍼블리카의 앱 토스가 마이데이터 기술을 빠르게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금융 서비스별로 앱이 제각각이던 상황에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낀 점도 금융사가 슈퍼앱을 내놓는 유인이 됐다.
지난달 제4이통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도 슈퍼앱을 내놓을 계획이다. 통신,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서비스를 한데 합쳐 앱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유통기업인 CJ올리브네트웍스도 앱 CJ원으로 슈퍼앱 전략을 밀고 있다. 식품,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 CJ그룹 내 서비스들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결제,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기능도 앱 하나로 제공할 계획이다. 쏘카, 티머니 등 모빌리티업체들도 교통수단 관련 서비스를 연계해 독자적인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가 앱 티맵에 버스, 지하철, 렌터카 등 대중교통 이용 기능뿐 아니라 식당, 숙박 예약, 차량 구매·정비 등의 서비스를 붙이는 식이다.
슈퍼앱이 가장 크게 활약하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다. 텐센트가 2011년 메신저 앱으로 선보인 웨이신은 MAU가 13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 슈퍼앱으로 성장했다. 웨이신 사용자는 결제, 게임, SNS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텐센트는 독자적인 모바일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에선 웨이신을, 중국 외 지역에선 위챗을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용 앱인 웨이신이 슈퍼앱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위챗은 해외 이용자와 중국 내 웨이신 이용자를 이어주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다른 아시아 지역에도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한 슈퍼앱들이 있다. 동남아시아에선 그랩과 고젝이 슈퍼 앱 시장을 놓고 다투고 있다. 두 앱은 제공 서비스가 차량 공유, 음식 배달 등으로 비슷하다. 인도에선 결제 앱인 페이티엠과 폰페가 경쟁 중이다. 미국엔 압도적인 슈퍼앱 시장 강자가 없다. 여러 앱이 각각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편이다. 머스크가 X로 슈퍼앱 시장에 도전하려는 배경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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